사회 사회일반

3년전 내부보고서에 이미 "교통지옥" 지적

서울시,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으로 꾸민다는데…

신호체계만 바꿔 운행 땐 서울역서 회현사거리 진입

차량 800m 이상 늘어서고 인근 속도 10㎞/h 머물 것

상인들 "상권 다 죽는다" 호소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방안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나 시의회가 나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고가도로의 기능이 없으면 일대 정체가 극심해진다는 분석을 서울시가 3년 전에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 공원으로 만들면 교통혼잡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시민들의 지적이 서울시의 과거 검토에서 이미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서울시의 '서울역 고가도로 철거 및 주변도로 개선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한 후 별도의 대체 고가도로를 만들지 않고 신호체계 등만 바꿔 운영할 경우 서울역에서 회현사거리로 진입하는 방면의 대기행렬이 2023년 800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체 고가도로를 세울 경우 같은 길의 정체 행렬은 절반 이하인 350m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2012년 2월 안전문제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던 당시 서울시가 직접 발간한 설계보고서다. 서울역 주변 교통 여건과 미래 인구, 차량 수, 교통전망 등을 분석해 고가도로를 철거했을 때 대체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보고서에서 대체 도로의 형태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서울역 고가도로와 동일하게 만리재 고개에서 퇴계로 초입까지 왕복 2차선 고가도로를 놓는 형태가 두 번째 대안이었으며 서울역사만 횡단할 수 있도록 만리동에서 서울역 교차로까지만 4차선 고가도로를 세우는 방법이 첫 번째 대안이다. 아무런 대체 도로가 없는 경우는 3안이었다.

이 세 가지 방안은 교통 흐름 속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서울역 광장과 숭례문 등 인근 5개 도로의 평균 속도는 대체 도로를 놓을 때 각각 1안과 2안은 각각 13.9㎞/h, 17.2㎞/h였지만 대체 도로가 없을 때는 6.6㎞/h로 급격히 떨어졌다. 차량 한 대가 서울역 사거리를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대체도로가 있을 경우 92.1~122.4초인 반면 없을 경우 308.9초로 2~3배 오래 걸렸다.


서울시는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따라 기존 고가도로를 허무는 대신 대체고가도로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최근 기존 입장을 바꿔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해 고가도로를 일종의 공중 보행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민선 6기 서울시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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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경우 기존 고가도로의 차량 소통 기능은 사라지지만 대체 고가도로 설립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고가공원 설치 후 대체도로 건설에 부정적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실시한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 고가도로 설치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기존 고가도로와 함께 다른 고가도로를 세우는 방안이 구조상, 도시 경관상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시도 대체도로 조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눈치다. 시 관계자는 "서울역 고가 대체도로 조성 여부는 코레일에서 진행하는 서울역 북부지역 개발과 관련된 만큼 이에 대한 계획이 나와야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언제 서울역 북부지역 개발계획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기본계획이 나오는 시기조차 불투명한 만큼 시가 서울역 고가공원을 개통하려는 내후년 전에 대체도로가 설립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시는 그럼에도 교통 흐름을 낙관하고 있다. 서울시 도로안전과 관계자는 "현재 관련 교통분석을 진행 중으로 연말 안으로 1차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최근에는 내비게이션의 발달로 한 곳이 막히면 교통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데다 교통통제 기술도 발전해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공원이 생기면 서울시 보고서 전망보다 교통혼잡이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교통 관련 기관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전 분석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완전히 철거된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에 대체도로가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적어도 지상 교차로가 막힘없이 뚫린 상황이었다"며 "고가도로가 공원이 되면 도로교각이 서울역 교차로와 퇴계로 입구까지 곳곳에 남아 있게 돼 차선을 막아 보고서 예측보다 혼잡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남대문 상인들과 중구와 마포구, 서대문 일대 주민들도 교통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남대문 상인들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이용해 남대문에 납품하던 만리동 고개의 봉제공장들이 다 빠져나갈 것"이라며 "진입이 어려워지고 정체가 심각해져 남대문 상권은 다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역 공원화 계획이 태생적 한계를 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라인 파크의 경우 이미 기능이 다한 철로였던 만큼 별도 대체 도로가 필요 없었지만 서울역 고가는 단순히 낡았을 뿐 지금도 시내 교통 소통 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 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교통용역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용역은 이런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것"이라며 "하이라인파크와 서울역 고가도로가 배경과 성격이 다른 만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도 정책 발표부터 하고 본 점은 아쉬움이 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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