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9일 "퇴직연금은 한번 가입하면 노후까지 가져가는 장기투자상품인데도 적지 않은 수수료를 수십년간 그대로 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계약을 유지하면 수수료를 깎아주는 이연판매보수제(CDSC)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판매보수제(Contingent Deferred Sales Charge)란 오랜 시간 투자할수록 수수료와 보수가 내려가는 방식으로 지난 2008년 펀드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주식형펀드 판매보수에 적용됐다. 예를 들어 펀드에 가입한 지 1년 이상 된 가입자에게 판매보수를 10% 할인해주는 식으로 매년 일정비율이 낮아지는 식이다.
현재 퇴직연금 수수료는 금융회사에 따라 단일수수료 체계와 체감형수수료 체계가 혼재돼 있으며 0.6~1% 수준의 수수료를 매년 적립금에서 떼어내고 있다. 2월 말 현재 적립금 규모가 51조20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를 0.8%로 가정할 때 매년 4,082억원이 금융회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 장기할인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형 보험사의 경우 수수료율이 1%나 되면서도 장기할인에 소극적"이라며 "특히 퇴직연금 적립액이 많은 회사일수록 수수료율이 낮은 구조여서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