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스위스 '검은돈' 숨길 곳 없어진다

美·EU등 국제사회 압력에 관련 계좌 보유자 정보 제공키로<br>무바라크·알리등 독재자들 재산 내역 공개여부 관심


탈세자금과 부정축재 재산 등 검은 돈의 은신처로 악명 높은 스위스 은행들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자국 은행들의 금융 비밀주의를 비호해온 스위스 정부가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시민혁명으로 무너진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자들도 스위스 은행권에 상당한 재산을 숨겨놓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기회에 부정축재 재산들의 내역이 낱낱이 밝혀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위스 재무부는 15일(현지시간) 외국 정부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거래한 은행 계좌 번호만 알려주면 관련 계좌의 보유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또한 외국 정부가 탈세의혹을 받는 자의 사회보장번호나 신용카드 정보 등을 전달하면 혐의자 추적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정지원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는 해외 사법ㆍ조세 당국의 계좌추적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것이어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스위스 당국은 그 동안 해외 당국의 계좌추적 요청을 받을 경우 협조에 앞서 외국 정부가 먼저 탈세 혐의자의 이름과 주소 등 모든 정보를 사전 제시하도록 요구해왔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해외 당국은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검은 돈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왔다. 제프리 오웬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정책국장은 "이번 조치는 스위스가 더 이상 역외탈세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사회가 금융권 규제강화의 일환으로 조세피난처 척결에 본격 나서면서 스위스의 철통 같은 금융 비밀주의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4월 OECD는 스위스를 조세피난처 '회색국가'에 올리며 공개적인 압박을 가했다. 스위스 정부는 이러한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은행 비밀주의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으며 미국과 EU는 이를 계기로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은 지난해 하반기 자국민 명의의 스위스 은행계좌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협정을 스위스 정부와 잇달아 체결했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스위스와 조세조약을 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한국인 명의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스위스 정부는 지난달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에 이어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도 자국 은행들에 엄청난 재산을 맡겨놓은 것으로 드러나자 국제적인 지탄을 피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11일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현금과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향후 3년간 동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무바라크가 스위스에 부정축재 재산을 은닉해 왔음을 간접 확인한 것으로 그 규모가 정확히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30년간 권좌를 지킨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 규모가 총 700억달러(약 7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한 바 있다. 무바라크가 하야하기 이전 스위스 제네바를 극비 방문했다는 설이 나도는 등 현재 그의 은닉재산과 관련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앞서 스위스 정부는 지난달 19일 스위스 은행들에 보관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일가의 재산 수천억달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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