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현대 공조속 차전문그룹 재편추진/채권단 지원없을땐 삼성태도 최대 변수기아그룹이 자구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는다는 의지를 고수하면서 4일 열릴 채권은행단 회의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차례 무산된 채권단 회의를 감안할 때 기아의 기존입장 고수는 4일 회의에서도 자금지원과 같은 기아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어떻든 기아는 2개월간의 부도방지유예는 받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지금 상태에서 기아의 부도를 방치하거나 제3자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마냥 거부하는 현 경영진의 태도는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는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하면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채권단과 기아는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와 심리전을 펼칠 것이 틀림없다.
그 결과는 현재로선 불투명 그 자체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기아사태는 채권은행단이 부도유예와 함께 추가적인 자금지원여부, 기아그룹의 자구노력의 실현가능성, 백기사로 나선 현대와 대우, 기아인수를 노려온 삼성과 LG그룹의 태도 등에 의해 아주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채권은행단이 기존 입장을 바꿔 전격적으로 회생자금을 지원해준다면 기아에는 더할 나위없는 호재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기대난망이다. 기아는 4일 채권단 3차회의를 앞둔 3일까지도 경영권포기각서, 아시아자동차 매각, 노동조합의 인원감축 동의안 제출 등 채권은행단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부분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기아는 일단 채권은행단의 특단의 자금지원없이 현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깜짝놀랄」 대책을 준비중』이라는 기아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기아는 기존 계열사의 가지치기와 통폐합을 통해 기아와 아시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재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홀로서기차원의 대변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주관으로 김회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해 힘을 실어주자는 얘기가 기아그룹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런 상황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자구노력과 함께 특수강 공동경영이라는 묘수를 통해 기아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현대―대우그룹과 특수강은 물론 타계열사에 대해서도 매우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 기아, 대우그룹은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의 독자경영을 인정해주되 현대와 대우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선진국형 전략적 제휴형태를 적극 검토중이다.
기아가 준비하는 「깜짝놀랄만한 대책」은 따라서 현대대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단 현대와 대우의 지원속에 자구노력을 계획대로 진행하되 극단적인 상황에서 현대와 대우와 「포드와 마쓰다식 전략적 제휴」형태의 긴밀한 공조를 취하는 형식을 밟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기아가 이같은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책을 내놓는다해도 넘어야할 난관은 많다. 수요자 금융이나 정상적인 여신활동을 채권은행단이 보증해주지 않을 경우 당장 운영자금마련도 불가능하다. 여기서 주목되는게 채권은행단이 들고나올 3자 인수를 통한 기아해법과 현대와 대우의 대책이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와 대우가 해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차입, 기아를 우회지원하는 방법을 쓸 것으로 보인다. 기아노조와 기아자동차의 최대주주인 미국 포드자동차가 이과정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예측할 수 없는 내부변수다.
외부변수로는 채권은행단의 처리방향과 기아인수를 노리는 삼성과 LG 등이 이같은 기류에 들고나올 반격 카드. 그러나 그동안 기아인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G그룹은 일단 기아전체의 인수는 포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기아인수 제의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미 짜여진 구도에 구색맞추기식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경영진들이 기아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아의 향방에서 삼성의 카드도 주목된다. 현대·대우와 기아가 최고경영진들이 밀접한 교감속에 움직이고 있고 LG는 발을 빼는 분위기여서 삼성은 현재 매우 초조해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31일 밤 현대와 대우가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한방맞았다』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아가 채권단 요구를 거부할 경우 가장 확실한 카드가 제3자인수다. 어떤 그룹이 인수에 나서고 채권단이 어떤 그룹을 선택할 것인가. 기아의 운명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