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소년과학사업(과학대중화를 위하여)

◎초등학교 연 실습비 고작 수천원/정부도 학부모도 과학교육 경시풍조/대전엑스포 「첨단고철」로 방치될 처지미국은 지난 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를 발사하면서 전국의 과학교사 가운데 엄선된 크리스티 맥클리프라는 여선생을 태웠다. 그녀는 우주에서 여러가지 과학실험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당초 챌린저에서 각종 우주·국방기술을 비밀리에 실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NASA는 이를 「과학교육」으로 포장하여 예산을 따내고 국민의 호응을 받았다. 챌린저는 연료장치 이음새 결함으로 발사된 뒤 7초만에 폭발했다. 「챌린저 쇼크」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57년 「스푸트니크 쇼크」에 이어 미국이 과학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완벽한 기술을 추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93년 많은 일본 학생들이 대전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수학여행을 다녀갔다. 당시 정부는 외국학생들이 몰려 올만큼 대전 엑스포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찬했지만 사실 일본의 교육열에 대해 감탄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독 과학교육에 대한 열의가 거의 없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선진국이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과학교육을 한국이 경시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연간 과학실습비가 몇천원 수준이라는 것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또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에서 「과학자」가 사라지고,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과학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더이상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런 수준에서 정부가 아직도 과학기술 개발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의지를 매번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피아노를 잘 연주하면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과신하고 과외를 시키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자녀가 과학기술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하는 부모는 거의 없고, 있다하더라도 자녀의 과학기술 교육에 좀처럼 투자하려 들지 않는다. 또 자녀가 장난감을 잘 조립하거나 컴퓨터에 빠지면 앞으로 과학자가 될 소질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부모는 스스로 과학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정부가 「과학교육」으로 포장한 대형 사업이 있었다. 대전 엑스포가 그것이다. 정부는 대전 엑스포가 열린 지난 93년을 「과학교육의 해」로 잡았다. 과학기술계는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과학교육에서 작은 「스푸트니크 쇼크」를 기대했지만 엑스포가 끝난 뒤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그나마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아 대전 엑스포 시설은 조만간 「값비싼 첨단 흉물」로 방치될 지도 모른다. 선진국은 주요 도시마다 해양관·천문우주관·산업관 등 다양한 과학관이 관광코스로 꼽힐 만큼 신기한 전시물을 자랑한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에게 우리 국립중앙과학관이나 서울과학관을 둘러보라고 권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과학자인 학부모나 은퇴한 과학기술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마을 학교에서 그들이 수집한 화석과 표본을 보여주거나 실험실을 개방하여 주기적으로 학생들과 과학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든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지난 90년부터 과학기술자 모교 방문사업으로 지금까지 4백여명의 과학기술자를 초·중·고로 보내 학생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해당 학교로 볼 때 매우 드문 기회다.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자들마저 과학교육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명예다. 대학에서는 명예 교수로, 연구소에서는 연구위원으로 끝까지 남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명예 퇴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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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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