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5월 2일] 레드오션에 빠진 증권업계

[데스크 칼럼/5월 2일] 레드오션에 빠진 증권업계 채수종 증권부장 sjchae@sed.co.kr 증권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질되고 있다. 증권사들 간 인력 스카우트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수수료 인하경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증권업계의 인재 스카우트전과 수수료 인하경쟁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사뭇 심각하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각 증권사들이 필사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증권사들이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 스카우트전에서 '태풍의 눈'은 현대차가 신흥증권을 인수해 만든 현대차IB증권이다. 간판을 내걸기도 전에 증권업계 스타 리서치센터장 중 하나인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뽑아가며 포문을 열었다. 졸지에 리서치센터장을 빼앗긴 교보증권은 백관종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빼왔다. 팀으로 움직이는 증권업계 관행으로 볼 때 리서치센터에 필요한 애널리스트들의 대거이동이 예견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다음주에 13개 신규 증권사에 대해 예비인가를 내줄 예정이어서 인력 스카우트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증권사는 예비인가 관문을 통과하면 오는 6월 중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본격 영업에 앞서 인력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증권사가 설립신청서에 밝힌 소요인력만 1,600여명이나 된다. 여기다 기존 증권사들이 올해 뽑을 인력이 2,000명을 넘을 것을 감안하면 총 3,600명이나 필요하다. 국내 대형 증권사를 설립하고도 남는 인력이다. 문제는 신규 증권사의 경우 필요인력의 대부분을 외부영입으로 채워야 한다는 데 있다. 단기간에 인력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영입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결국 기존 증권사 인력 빼오기에 의존해야 한다. 실제 이들 13개 증권사는 이미 인력확보를 위해 각종 라인을 가동하며 물밑에서 활발하게 접촉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요즘 스카우트 제의 전화를 한두통 이상 받지 못한 사람은 '불출'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다. 대형 증권사에 비해 집안단속이 어려운 중소 증권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한 중견 증권사 임원은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와 연구원, 고급 영업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간적으로 호소를 하고 있다"고 현장의 심각성을 전했다. 수수료 인하경쟁도 점입가경이다. 하나대투ㆍ한국투자ㆍ동양종금증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은행 연계 온라인 전용계좌 거래수수료를 0.015%로 낮추자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도 온라인 증권거래 수수료를 같은 수준으로 내렸다. 수수료를 대폭 낮춰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새로 설립될 증권사들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로 각 증권사들은 올해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ㆍ삼성ㆍ우리투자ㆍ대신ㆍ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아직 수수료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형사까지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면 증권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 시장이 피가 흥건한 레드오션으로 바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할 때까지 버텨볼 계산이다. 하지만 고객이탈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대형사라고 계속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스카우트 경쟁이 아니라 인력양성 경쟁을 해야 한다. 수수료 경쟁이 아니라 해외진출 등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경쟁을 해야 한다. 시장 점유율에만 집착하는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몰라도 장기 비전을 찾기 어렵다. 한때 혜성같이 등장했던 기업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올린 4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세계 투자은행들과의 경쟁에 쏟아부어야 한다. 내부 출혈경쟁은 자통법 시대의 생존법이 될 수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