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과 광공업의 선방 탓에 3개월째 뒷걸음질쳤던 생산지표가 6월 들어 반등했다. 반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소비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4월 감소폭보다도 5배가량 위축됐다. 생산이 늘어도 소비가 대폭 줄면서 재고 물량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7∼8월 소비가 경기 회복세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5% 증가했다. 올해 3월 0.5% 감소한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반등세는 광공업(2.3%)과 건설업(3.9%)이 이끌었다. 광공업생산의 경우 석유정제 업종(7.7%)과 반도체·자동차·선박용 내연기관 등 기계장비 업종(5.3%) 생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도 3.8%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였다. 메르스 여파로 6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7% 감소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소비가 위축됐던 지난해 4월 감소폭 0.8%와 비교하면 5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메르스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급감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실제 6월 백화점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9%, 대형마트는 11.6%가 각각 줄어들었다.
그나마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7.4%,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는 1.0%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서는 소폭(0.8%) 상승했다.
소비가 급감하면서 창고에 쌓는 물품도 다시 크게 늘었다. 6월 광공업 재고는 전월대비 3.0%, 전년 동월 대비 5.7%가 각각 증가했다. 재고량과 출하량을 비교한 재고·출하지수도 129.2로, 201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물량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휴가기간인 7~8월의 소비지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가 살아나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가 팔려나가야 생산과 투자도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생산은 늘었는데 소비가 안 되고 있어 재고가 줄어들 때까지 생산지표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추경 때문에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시적인 충격은 극복할 수 있겠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소비성향이 떨어지는 등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