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상수지가 무려 9년만에 최대 적자를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경상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계속된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리면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환율 급락과 국제유가 급등세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추세가 당분간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향후 경기회복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확산되고 있다.
◇ 흔들리는 경상흑자 기조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6년 4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경상수지는 15억3천만달러 적자를 기록,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4월(16억2천만달러)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올들어 경상수지는 1월에 9천만달러의 소폭 흑자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적자추세를 이어갔으며, 이로써 올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26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의 48억8천만달러 흑자와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결국 지난해말 정부나 한은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 됐다.
경상수지는 내수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지난 2004년에도 매달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대외배당금 지급이 급증했던 4월과 해외여행 성수기인 8월 단두차례만 일시적으로 소폭 적자를 기록했을 뿐 흑자추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들어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반면 해외여행비, 특허권 사용료 지급 등으로 서비스수지는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내면서 환란 이후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흔들렸다.
한은은 대외배당금 지급 요인이 사라지는 5월부터는 흑자추세가 이어질 것으로장담하고 있으나 최근 최악의 교역조건과 해외여행 및 유학.연수 증가세를 감안하면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전망이다.
◇ 9년만에 경상적자 가능성은 우리나라는 외환위기가 시작된 지난 97년(82억9천만달러 적자)을 마지막으로 경상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98년에는 무려 403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99년 245억2천만달러, 2000년 122억5천만달러, 2001년 80억3천만달러, 2002년 53억9천만달러, 2003년 119억5천만달러, 2004년 281억7천만달러 등에 이어 지난해에도 165억6천만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한은은 지난해말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160억달러의 흑자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반면 주력수출품인 정보통신(IT) 제품의 가격은 떨어지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한은 박승 전 총재도 지난 3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분위기를 인정하고 올해 경상흑자가 100억달러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내놓기도 했다.
또 이성태 신임 총재도 이달초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오는 7월에 전망치 조정 발표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혀 하반기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망치를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이미 경상수지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했으며, 일각에서는 9년만에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5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상수지흑자 규모가 23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지난달 LG경제연구원도 흑자 전망치를 기존 174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는 결국 앞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또다시 등장할 경우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올해 경상수지가 10년연속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지난 3월과 4월의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5월부터 흑자기조가 이어질 경우 지난 3개월간의 적자는 쉽게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5월부터 연말까지는 흑자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초 전망치는 하회하겠지만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것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