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말라"

분데스방크 총재 강력 비판<br>일각선 정치화 불가피 해석

분데스방크 총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2일 아베 신조 정권의 압박에 항복해 무기한 자산매입 조치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한편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이라는 고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정책의 정치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사진) 총재는 21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도이체뵈르세 주최 행사에 참석해 작심한 듯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제의 연설에서 최근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헝가리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중앙은행에 보다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펴라고 압박하는 등 자국 중앙은행의 역할에 심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의도가 있건 없건 환율의 정치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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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트만 총재는 또 "중앙은행에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은 위기극복의 올바른 방법이 될 수 없다"며 "위기관리는 중앙은행의 핵심적 업무가 아니며 중앙은행은 목표를 협소하게 규정해야 독립성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를 넘어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과도하게 엔저를 유도하고 있는 일본은행에 대한 비판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트만 총재의 발언은 (중앙은행이 다른 중앙은행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며 "분데스방크 관계자들은 경제력이 큰 일본의 정책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 '신호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을 촉진하는 방식의 일본은행 정책이 효과를 낸다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유사한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바이트만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것과 달리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HSBC의 스티븐 킹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시대는 끝났다"며 "좋든 싫든 중앙은행들은 정치적 싸움에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호불호는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며 통화정책은 더 이상 금융전문가들만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BOE) 등도 물가안정은 물론 성장촉진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를 변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FT는 "미국과 일본 등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이면서 ECB의 통화정책 기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다른 중앙은행들이 물가관리라는 목표를 버리고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서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ECB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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