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소기업청 발족 1년/권한·예산없어 민원창구로 전락할 판

◎애로접수 하루 100건… 지원엔 한계/업무체계 재편·실질권한 이양 시급한보부도사태는 12일로 개청 1주년을 맞는 중소기업청에게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시켜주었다. 중기청 금속공업과에 지난달 27일 한보부도관련 애로신고센터가 설치되자마자 중소피해업체들의 접수가 잇따라 지금까지 6백78개업체가 4천7백52억원의 피해액을 신고했다. 하지만 중기청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답변을 해줄 수가 없었다. 재정경제원 등 정부 관련부처 및 은행들과 협의해 어떻게든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중기청이 금융과 관련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그래도 찾아가서 기댈 곳은 중기청 뿐』이라며 중기청 직원들에게 신고접수증을 써달라고 매달렸다. 접수증이라도 받아가야 그나마 마음이라도 놓인다는 이야기였다. 중기청은 피해접수상황을 재경원과 채권은행관리단에 송부, 피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책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사실 중소기업들이 애로사항을 호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중기청은 적잖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년동안 하루평균 1백건 이상씩 무려 2만7천8백57건의 민원을 접수, 처리한데서도 중기청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시로 중기금융지원협의회를 열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책을 강구해왔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중기청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예산신청권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계획 수립에도 참여케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재경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래서 중기청은 이달부터 부도방지특별자금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상반기중 어음보험제를 시범실시하는 등 자체적으로 중기자금난을 풀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함께 중기 TV백화점 방영, 중기상품권 발행에 이어 중기우수제품마크제를 올해부터 시행해 중소기업들의 판매난을 해소하는데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각종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벌이고 있지만 추진 전략이 미흡한데다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부족으로 시책의 깊이를 더하고 내실을 기하는데 한계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기청이 개별 중소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지 못한채 민원을 서툴게 처리, 도리어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안기면서 스스로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사례도 없지않다는게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이다. 중기청은 출범 1주년을 맞아 업무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관계부처간 권한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수단을 확보, 진정한 중기지원기관으로 뿌리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터뷰/정해주 중소기업청장/“2000년까지 중기 25% 벤처기업화”/보호·시혜 우선정책 탈피/당당한 경쟁의 주체로 육성 중소기업청이 12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24일 중기청의 사령탑을 맡은 정해주 중기청장은 개청 1주년을 계기로 우리 중소기업들을 미래 산업사회에 경쟁의 주역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강한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정청장을 만나 중기청 발족 1년을 점검하고 향후 중기정책의 방향을 들어보았다. ­지난 1년간의 중기청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중기청이 실질적인 지원수단을 갖지않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요. 『중소기업인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기청이 직접적인 지원수단을 갖지 못한데 따른 실망감이 적지않았을 겁니다. 중기청이 정부의 모든 권한을 가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애로사항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부합니다. 중기문제를 전담하는 전문조직을 갖게됐다는 점도 큰 소득이지요.』 ­평소 중기정책에 대한 방향전환을 강조하시는데요. 『21세기를 앞두고 정보화와 지식산업화의 물결이 빨라지면서 중소기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최상의 경쟁력을 발휘하게 되리라는 전망이지요. 이제 우리의 중소기업들도 보호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경쟁의 주체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중소기업 문제를 사회정책적 차원이 아니라, 산업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 전체 중소기업의 4분의 1을 벤처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입니까? 『벤처기업 창업활성화 5개년 계획을 마련, 매년 5천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해 2000년대초에는 3만개로 늘려나가 중소제조업체의 4분의 1을 벤처기업으로 구성한다는 청사진입니다. 벤처기업이 우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제도를 3월부터 시행하는 한편,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미국의 엔젤제도를 도입해 시범실시해볼 방침입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중기시책을 밝혀주십시오. 『당장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공제사업기금에 대한 정부출연액을 늘리고 중기구조개선사업 자금도 2조원으로 확대했습니다. 다른 업체의 부도로 억울하게 도산하는 사례를 막기위해 이달부터 회생특례지원자금 제도의 시행에 들어갔고, 어음보험제도를 시범실시할 계획입니다.특히 무역역조 해소차원에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기술혁신개발사업을 비롯한 기술력향상 종합대책도 마련하겠습니다.』<최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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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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