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수엑스포 예약제로 돌아가야 한다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가 8개 인기 전시관의 예약제를 지난주 말 돌연 폐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예약이 마감돼 입장하지 못한 일부 관람객의 막무가내식 거친 항의에 굴복한 것이다. 그 바람에 이튿날 관람객들은 땡볕에서 무려 7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단체관람을 준비하는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예비 관람객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위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시의 급박했던 사정과 분위기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철저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랑하던 예약제 원칙을 즉석에서 덜컥 깬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운영의 미숙함은 엑스포 흥행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조직위는 황금연휴 기간의 예상 방문객 수를 감안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뒀어야 했다. 3일간의 연휴에 관람객 수가 급증할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된다. 예약하지 않고 찾아온 관람객들의 불만과 항의를 효과적으로 가라앉히고 납득시킬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미리 만들어 그에 따른 직원교육이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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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제에 대한 사전홍보가 부족했다. 아쿠아리움과 한국관 등 8개 인기 전시관은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안 된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국민에게 홍보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예약상황에 맞춰 여수 방문일정을 잡고 현장의 혼란도 줄어드는 것이다.

군중심리에 편승해 우격다짐으로 떼를 쓴 일부 관람객들의 행위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멀리 여수까지 가서 핵심을 못 보고 돌아와야 하는 심정이야 이해가 되지만 그럴 때일수록 주최국 국민답게 성숙하게 행동했어야 한다.

큰 혼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엑스포를 선진 예약문화를 정착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직위는 예약제로 복귀하면 더 큰 혼란이 일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소극적인 생각이다. 무엇보다 온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긴 줄서기에 내모는 후진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반드시 예약제로 복귀해 성공하는 모습을 조직위는 보여줘야 한다. 기존 예약제를 보완하고 충분한 홍보기간을 거쳐 추진할 일이다. 여수엑스포에서 우리 국민의 예약문화 하나만이라도 정착되면 우리나라는 얻는 것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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