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머니&리치] 프로그램 매매

선물·옵션 만기일에 영향력 가장 커…15종목 이상 한꺼번에 매매가능 프로그램화<br>비중 갈수록 높아져 거래소의 8%선…매수세 유입되면 낙폭 줄거나 오름폭 확대

매수주체ㆍ주도주ㆍ모멘텀이 없는 ‘3무(無) 장세’가 지속되면서 ‘프로그램 매매’가 부쩍 눈에 띈다. 특별한 재료도 없이 프로그램 매매의 방향과 규모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전체 거래대금에서 프로그램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00년 3.7%에 불과했던 프로그램 매매의 비중은 올해 들어 6월말 현재 8.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에 나서기 전에 프로그램 매매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매매란= 15개 이상의 개별 종목들을 묶어 한꺼번에 매매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만든 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현물(주식)시장을 기준으로 현물을 사면 프로그램 매수, 현물을 팔면 프로그램 매도라고 부른다. 프로그램 매매는 크게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비차익거래는 다수의 종목을 한꺼번에 거래한다는 점만 다를뿐이지 일반 주식거래와 차이가 없다. 보통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식형 펀드를 새로 설정하거나 청산할 때, 또는 펀드의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개의 종목을 대량으로 거래할 때 활용한다. 반면 차익거래는 선물시장과 연계돼 이뤄진다. 현물가격(주가)과 선물가격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지고 좁혀지는가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의 방향이 정해진다. 여기서 현물은 거래소의 대형주 200종목으로 구성되는 ‘코스피200지수’를, 선물은 ‘코스피200지수선물’를 말한다. 선물가격이 현물가격 보다 높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값이 비싼) 선물을 팔고 값이 싼 현물을 사는 ‘차익 프로그램 매수’가 발생한다. 반대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 보다 낮으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저렴한) 선물은 사고 값비싼 현물은 파는 ‘차익 프로그램 매도’가 이뤄진다. 비차익거래는 선물시장 움직임과 관계없이 개별 기관과 외국인 등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거래를 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차익거래는 선물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증시에 어떤 영향 미치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흐름이었다면 오름세로 반전시키거나, 상승 흐름을 타고 있었다면 상승폭을 더욱 크게 한다. 반대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오면 상승장이 하락세로 돌아서거나, 하락 폭이 커지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특히 선물시장에선 매수주체의 움직임이나, 선물 지수의 등락에 따라 ‘차익 프로그램 매매’가 나타난다. 이 경우 시장에선 주가 하락을 예고한다고 인식, 현물매도를 부추겨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든다’는 뜻의 ‘왝 더 독(wag the dog)’이란 용어가 나오게 됐다. 예를 들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면 선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 현상이 나타나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 고평가된 현물은 파는 ‘차익 프로그램 매도’를 불러일으킨다. ‘차익 프로그램 매도’는 주식시장 가격을 하락시키고, 이번엔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낮은 콘탱고(선물 고평가)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차익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가장 커지는 시기는 선물ㆍ옵션 만기일이다. 옵션 만기일은 매월 두번째 목요일이며 선물 만기일은 3ㆍ6ㆍ9ㆍ12월 두번째 목요일로, 옵션만기일과 겹친다. 선물과의 시세 차이를 이용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주식을 팔거나 사게 되면 코스피 200에 해당하는 물량들이 쌓이게 된다. 주식을 팔았다면 매도차익잔고로, 샀다면 매수차익잔고로 집계된다. 이 물량은 선물ㆍ옵션 만기일을 맞아 청산되는데, 주식을 팔아놓았으면 되사야 하고 주식을 사놓았다면 되팔아야 한다. 따라서 매도차익잔고가 많으면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우세하다. 반대로 매수차익잔고가 많다면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올 확률이 높다. 차익거래란?
지수 관계없는 '무위험 수익 구조'…투자자금 최소 10억 필요 '개인들엔 먼 애기'
"차익 거래를 하면 무위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차익 프로그램 매매의 경우, 15개 이상 현물 주식은 물론 동시에 선물도 매매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금이 최소 10억원 정도는 필요하다. 따라서 차익거래의 기회가 거의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개념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선물과 연계돼 이뤄지는 차익거래는 무조건 선물과 선물이론가격과의 차이 만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지수 움직임과 관계없이 무위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2001년 8월13일 현재 현물시장의 코스피200 지수가 100포인트라고 가정한다. 또 코스피200선물 9월물(만기 9월13일) 의 가격은 102포인트, 단기금리 연 9%, 예상배당수익률이 연 3%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코스피9월물의 이론가격은 100.5포인트로, 현재 선물가격 102포인트가 상대적으로 높다. (선물이론가격=코스피200지수 + 금융비용 – 배당수입) 이에 따라 투자자 A는 차익거래를 위해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기로 했다. 코스피9월물 10계약을 102포인트에 매도했다. 선물 매도 규모는 5억1,000만원(102포인트 X 50만원 X 10계약).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현물주식 5억원어치를 연 9% 금리로 차입해 매수했다. 최종거래일인 9월13일의 코스피200 지수 종가가 97포인트라고 했을 때, 현물시장에서는 1,750만원 손실이 나지만, 선물시장에서 2,500만원 이익이 발생해 전체적으로는 750만원이 이익이다. 이는 7월13일의 선물가격 102포인트와 선물 이론가격 100.5포인트의 차이에 해당하는 금액과 동일하다. (1.5포인트 X 50만원 X 10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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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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