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실은 바로 아는 게 아니고 석 달 전, 넉 달 전, 다섯 달 전 추세를 아는 것이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기업인들은 바로 오늘 자료를 가지고 기업실정을 정확히 아는데 정부는 3~6개월 전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기업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오고 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기업들이 내수경기 둔화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김 원장)
“대기업 전체 설비투자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빼면 나머지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박 회장)
10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강연자인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초청자인 박용성 상의 회장 사이에 뼈있는 말들이 오고 가 주목을 끌었다.
이날 ‘한국경제 현황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원장은 경제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마라톤을 완주할 때 오버페이스를 하면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률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성장잠재력을 넘어 계속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난 2001년 3% 성장을 이룬 뒤 가계대출을 늘리고 부동산을 부추겨 2002년 7% 성장을 달성했지만 이후 유지되지 않는 점을 ‘경제 오버페이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외형 성장률보다는 경제체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뒤 “(잠재 성장률) 5%를 5.5%나 6%로 만드는 체력을 키우는 데 신경을 써야지 더 빨리 뛰는 데 치중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자영업자ㆍ중소기업의 몰락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며 “정책의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하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의 강연이 끝난 뒤 박 회장은 “정부가 모든 기업의 정보를 가졌기 때문에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고백해줬다” 면서 “기업인들은 바로 오늘 자료를 가지고 기업실정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김 원장이 정부에 정책을 건의할 때 기업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