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금감원 이원화 반발하는 금융권옥상옥

소비자보호원은 옥상옥 시어머니만 더 느는 꼴<br>감독업무 서로 겹쳐 금감원과 대립 우려<br>금융사 과잉검사 따른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


한 카드회사 사장은 최근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금융감독원을 분리해 소비자보호원을 만들면 금융사 부담만 커진다"며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금감원을 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금감원과 소비자 보호 업무를 챙기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의 고위 관계자도 6일 "금감원을 분리하면 중복 감독의 문제가 생긴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꺼내면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수위가 금감원을 쌍봉형 체계로 나누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금융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어머니만 하나 더 생긴다는 게 골자다.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금감원을 나눈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금융사의 부담만 커져 금융산업 발전에 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금융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는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담당에서 모두 얘기할 수 있어 서로 권한을 놓고 다툴 수밖에 없다"며 "금융사는 그렇지 않아도 검사에 시달리는데 양 기관 경쟁에 따른 과잉 검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소비자 보호는 범위가 광범위해 사사건건 감독 업무를 하는 금감원과 대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검사기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도 금감원에 요청해 공동 검사를 하고 있고 그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이나 기업은행처럼 정부가 지분을 가진 곳은 금감원, 감사원, 국회 국정감사 이외에 추가로 소비자보호원이 생기면 이곳의 관리 감독도 받아야 한다. 과도한 금융사 감독에 따른 비용 문제도 나온다.


소비자보호원이 금감원의 설립 모델을 따른다면 금융사들은 금전적인 부담도 더 해야 한다. 지난해 금감원 예산은 2,844억원이었는데 약 70%가량이 금융사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채워진다. 소비자보호원이 생기면 이에 대한 운영금을 금융사들이 별도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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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원 설립 이유로 나오는 저축은행 사태는 근본적으로는 건전성 감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금융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지자본비율을 속이고 실질 검사 후에 비율이 급락하도록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한 탓이라는 얘기다. 저축은행 사태가 더 커진 것은 일단 막고 보자는 정권 차원의 정무 판단이 개입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사의 부담 증가는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서비스 제공 감소 및 금융사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현재 추진되는 것처럼 금감원 내에 소비자보호처를 만들고 보다 독립적인 역할을 하면서 금감원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기회에 이원화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원을 만들어봐야 자리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저축은행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정무 판단을 배제하고 금감원의 독립성을 갖게 해주는 게 최우선이지 나눈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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