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강남 재건축발 전세대란 다시 불붙나

서초 인접 상도 엠코타운 전셋값 반년새 1억이상 급등

올 강남권 1만3,000여가구 이주 … 시장불안 가중될 듯

입주 반년 만에 전셋값이 1억7,000만원이나 뛴 서울 상도동 '엠코타운 애스턴파크' 아파트 전경. 강남권 재건축 이주가 잇따르면서 인근 상도·흑석동 일대 새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엠코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엠코타운 애스턴파크 아파트'. 3억6,000만원에서 시작한 전셋값은 882가구의 입주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인 11월에 무려 5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전셋값이 1억7,000만원이나 뛴 것이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7호선 역세권이어서 강남 출퇴근이 편하고 단지 내에 혁신초등학교까지 있어 강남에서 넘어오는 세입자들이 많았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재건축 이주를 시작한 잠원대림·신반포1차에서 5억원가량의 이주비를 받아 온 수요자들까지 몰리다 보니 전셋값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300여가구의 서초구 재건축아파트 이주가 인접한 동작구 상도·흑석동 일대 새 아파트단지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1년 새 낮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만원 가까이 급등한 것. 특히 올해 강남권에서만 1만3,000여가구의 이주가 예상되고 있어 이른바 재건축 이주로 다시 한번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도·흑석 새 아파트 전세는 '부르는 게 값'=15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연초 동작구 흑석뉴타운 '한강 푸르지오'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5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이 지역 H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초 4억원선이었던 전세 가격이 반포에서 건너온 재건축 이주수요들이 몰리면서 5억원을 넘어섰고 물건도 모두 사라졌다"며 "이 때문에 호가가 5억3,000만원이나 되는 1층 물건조차 곧바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4억원 수준이던 인근 동부 센트레빌 84㎡도 전세 가격이 현재 5억2,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두 단지가 들어서 있는 흑석뉴타운 4·5구역은 국립현충원을 사이에 두고 반포 지역과 맞닿아 있는데다 9호선을 통해 강남에 쉽게 닿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반포 지역 일대 재건축 이주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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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과 2013년 차례로 입주한 상도 엠코타운 1·2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2차 84㎡는 초기가격보다 1억7,000만원가량이 오른 5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2012년 9월에 입주를 시작한 1차 84㎡도 현재 5억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장 하반기에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1차 단지 세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재계약을 하려면 2억원 가까운 돈을 더 얹어줘야 하는 탓이다.

상도 엠코타운 센트럴파크의 한 세입자는 "현재 84㎡에 3억2,000만원 주고 전세를 살고 있는데 오는 10월 만기 때까지 오를 전셋값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1만3,000가구 움직이면?=문제는 올 하반기 강남권의 재건축 이주 예상물량만 1만3,000여가구에 달한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남권 이주수요를 받아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도 많지 않다. 지난 2년간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에서 입주한 민간 아파트 물량은 2,269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강남구에서 6,064가구의 물량이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상당수가 세를 놓을 수 없는 보금자리 물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건축 이주수요를 감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시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재건축 시기 조정안'도 당장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철거로 멸실되는 주택이 자치구 내 주택 수의 1%를 초과하는 단지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이주 예상단지 중에 이 조건에 맞는 단지는 고덕주공2·3단지가 유일하다. 구청장이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길도 있지만 재산권 침해 소지가 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강남 재건축발 전세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강남권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재건축 이주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량이 많지 않으니 전세 수요가 획기적으로 매매 수요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이 같은 불안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보금자리지구의 전매 규제를 푸는 등 공급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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