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가격이 폭락세를 지속하자 미국 기업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월 스트리트 저널은 23일 미국 기업들이 2년 전부터 일본 부동산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부동산 매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일본 기업들의 미국 부동산 매입이 붐을 일으켰으나 90년 이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번에는 미국 기업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드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 및 은행들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되자 보유중인 부동산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인 닛산자동차와 도쿄-미쓰비시 은행은 지난해 현금 확보를 위해 본부 건물을 매각했다. 두 건물은 최종적으로 일본 기업에 매각됐으나 닛산빌딩 매각 협상에는 미국 업체 두 곳이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고급 빌딩 가운데 지금까지 미국 투자자에게 팔린 것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최대의 직업소개업체인 리쿠르트사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가와사키시의 20층짜리 빌딩은 미 부동산 회사인 콜로니 캐피털사 및 케네디-윌슨 인터네셔널사가 9,000만 달러에 공동 인수했다.
또 지난 1월 미국 보험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은 일본측 파트너와 함께 20층짜리 최고급 빌딩인 일본에너지사의 본부 건물을 5억 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시티그룹의 시티은행은 일본 최대 슈퍼마겟업체인 이토-요카도사로부터 도쿄항 부근의 부동산을 상당량 매입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투자자들의 일본 부동산 매입은 1년전에 비해 250%가 증가한 12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문은 대부분의 매입기관이 미국 기업이었으며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부동산 회사인 케네디-콜로니 팀은 내년중 일본 부동산 매입을 위해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많은 외국 투자자들은 일본의 보험사나 연기금 등이 일본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상황이 오기 전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부동산 매입에는 복잡한 절차와 무거운 세금,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 등 상당한 저해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더우기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부동산 가격은 7년 연속 하락했지만 미국 투자자들이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자산가격에 대한 수익률은 6%에도 못미쳐 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투자자들은 향후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산 증권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산 증권화가 급속히 진행될 경우 한꺼번에 너무 많은 부동산이 쏟아져 임대료와 투자한 부동산 가격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형주 기자 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