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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공동 개최한 '한반도 경제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에 대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시한을 설정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사드를 실제 한국에 배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가 고수하는 '전략적 모호성' 입장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사드 배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창석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감사(전 통일부 남북회담 본부장)는 "우리 정부에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2~3년 내에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면 북한과 중국을 함께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감사는 러시아가 지난 1979년 동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했을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1983년 나토가 대응전략의 일환으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자 1987년에 미사일 협상이 타결된 사례를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드 카드'를 활용해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압박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궁영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비핵화, 6자회담 등에 대해 시한을 설정한 뒤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중국이 북한에 비핵화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미국과는 관계가 좋아지고 중국과는 소원해진다는 양비론에서 벗어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북한과 중국을 같이 압박할 수 있는 양면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고수하는 전략적 모호성 입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견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에 특단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면서 "다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가능성을 열어놔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당분간 우리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도 언급했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우리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놓고 협상을 전개할 경우 방어망에 큰 구멍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