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이라고 하면 뭐든지 좋아한다"
'화약고' 이란서 대박 터진 한국면도기[한류 로드가 열린다] ② 확산되는 한류 지도, 세분화해 공략하라홍보서 콘텐츠 수출까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전략 짜라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인도·방글라데시·스위스 등 未도입 국가엔 알리기부터
북미·중남미 등 유망시장은 마니아층 대상 수요 창출
성숙단계 中·日·동남아선 파생상품 전시회 등 통해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면도기 생산 전문업체인 도루코는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동 지역으로 수출하면서 제품 겉포장에 '한국산 면도날'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현지에서 이를 강력하게 원해서다. 한국에서 만든 면도날을 베트남으로 보내 면도기를 만들고 있어 완성품의 생산지는 베트남이지만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고 하면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돼 면도기의 가장 중요한 면도날만큼은 한국산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중동 지역 중에도 특히 이란에서 도루코 면도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간웅 도루코 해외사업팀 과장은 "10여년 전 이란에 진출한 이래 최근 급성장하며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며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만 없다면 올해도 3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한류에서 경제한류로=도루코 면도기가 이란에서 제품 공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이 바로 한류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생겼고 최근 방영된 주몽은 현지인 10명 중 8~9명은 봤을 정도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현지에서는 주몽 역의 송일국을 광고모델로 활용했는데 사인회를 위해 테헤란에 송일국이 도착했을 당시 공항이 마비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도루코의 한 관계자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현지에서 뭐든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처럼 한류는 이제 일본ㆍ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문화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해 판매하고 이를 확대 발전해나가는 전략이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상황.
10여년의 짧은 기간 한류를 통한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세계 엔터테인먼트시장은 지난 2009년 기준으로 1조3,218억달러 규모인데 이 중 미국이 32%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이 12%로 선두와 격차가 큰 2위이고 우리나라는 2%에 불과해 독일(7%), 중국ㆍ영국(6%)과도 격차가 많이 난다.
분야별로 보면 음악ㆍ방송ㆍ애니메이션 분야는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한류의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2000년 이후 일본ㆍ동남아시아 중심에서 2009년부터는 중동을 비롯한 중앙아시아ㆍ중남미ㆍ유럽 등지로 확산되며 마니아층을 양산해내고 있다. 겨울연가ㆍ대장금 등 드라마로 시작된 콘텐츠도 아이돌 가수를 필두로 한 K팝 중심의 '신한류'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 위주의 수요 계층도 10~20대 청소년층까지 확대됐다. 과거 주로 TV를 통해 국내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전파되던 형식도 유튜브ㆍ페이스북ㆍ트위터 등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시차 없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다.
◇시장 세분화를 통한 한류 수출=한류문화가 확산되는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이를 산업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지역별로 확산 정도가 다르고 선호하는 장르가 상이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전략을 세우고 이를 어떻게 산업적으로 활용할지 시장 세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KOTRA는 해외 사무소인 KBC가 위치한 전세계 94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해 '세계 한류 진출동향'을 조사하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첫 조사에서는 방송,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ㆍ캐릭터 등의 분야의 한류 확산 정도에 따라 지역을 구분했다.
한류가 도입되지 않거나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시장에는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전략을 중심으로 콘텐츠 수출을 돕기로 했다. 한류를 인지하고 있는 북미나 중남미ㆍ중동 등은 유망시장으로 보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류 콘텐츠를 수출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낼 방침이다. 일본이나 중국ㆍ태국ㆍ베트남 등 한류가 성숙단계에 있는 곳에는 타깃시장으로 삼아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한류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이를 다른 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방송ㆍ영화ㆍ음악ㆍ애니메이션 등 분야별로 한류의 해외 진출 유형을 세분화해 프로그램이나 판권의 직접 판매부터 공동제작, 인력 수출 등에도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한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높아진 한국의 이미지로 수출전략을 달리 할 수도 있다. 빙그레의 한 관계자는 "한류의 영향으로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현지 언어와 함께 한글로 제품을 표기한 경우 인기가 더 높다"고 말했다.
KOTRA는 매년 한류 동향조사를 실시해 한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한류지도 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한류 파생상품 수출을 위한 해외 전시회를 열었고 올해는 2ㆍ4분기에 국내외 한류 관련 기업 100여곳이 참가하는 한류대전도 개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