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와 내 몫만 주장하는 주민이 있다. 정부 옆에 업자도 앉아 있고.. 이런 집단이 모인다면 협조와 양보의 하모니는 기대난이다. 불신과 갈등만이 있을 뿐이다. 지역난방비 인상을 둘러싼 산업자원부와 분당 주민, 민간업자들의 행태가 꼭 이렇다. 우선 사태의 전말을 살펴보자. 지역난방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의 부산물인 폐열을 활용하는 난방시스템. 개별난방보다 요금이 30% 가량 저렴하다. 열병합발전소가 세워진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5개 지역의 주민들은 그만큼 싼 난방비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가격경쟁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신도시 지역에 유입인구가 늘어나 폐열만 가지고는 난방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생산원가가 비싼 발전기를 돌렸고 연간 1,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 만큼의 금액은 온 국민이 함께 전기료에 녹아버렸다. 특정 지역주민의 싼 난방비를 위해 국민들이 쓰지도 않은 전기료를 부담해온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 지역의 난방비를 현실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같은 인상 지역이면서도 분당지역의 반대가 유달리 심하다는 소식이다. 난방비가 올랐어도 여전히 다른 곳에 비해 20% 가량 싼 요금을 적용받는 이들의 반대를 수긍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지역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다. 갈등의 밑바닥에는 한치 앞의 수급도 못 보는 정부의 근시안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지역에 본격 입주가 시작된 것이 불과 10년도 안된다. 그런데 공급부족을 빚었다면 수요 계산이 잘못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명분에도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 법이다. 지역난방비 인상이 당연하지만 공론화한 게 1년여 남짓이다. 더욱이 민영화 직후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발전 민영화의 나쁜 전례를 남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10년의 계산 착오를 1년의 행정절차로 떼우려 했다면 그 것은 새로운 착오의 시작이 되기 십상이다. 갈등 당사자간 타협과 양보를 위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관<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