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펀더멘털 현상황 감내수준… 지켜보자"
장마전선과 함께 상륙한 미국발 금융태풍이 주식,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정부는 정책의 큰 틀을 바꾸지는 않고 미세조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을 주고 있지만 실물부문으로 이어지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고, 미국경제 역시 실물부문의 충격을 우려보다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당국자들은 "올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12.7%나 하락(절상)하고 미국 주가가 9.11테러 직후보다 더 떨어지긴 했으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로 볼 때 충분히 감내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24일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미국 주가 급락과 달러 약세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해 볼 계획이지만 거시경제기조를 크게 흔드는 정책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저금리ㆍ재정균형은 계속 유지
정책기조에 관한 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국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짜여진 하반기 정책기조를 흔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현 상황은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격"이라며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동요한다고해서 정책의 큰 그림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국장은 "미국의 금융불안이 우리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자신감은 실물경제의 탄탄한 회복세를 밑에 깔고 있다. 이장영 부총리 자문관은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율을 0.5~1.0%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연평균 성장률이 6.5%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1.0%정도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잠재성장률 5.5%는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성급하게 대응했다가 부작용만 초래할 게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이 소비위축, 투자감소등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는 학계나 연구기관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하반기들어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물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정책지조를 크게 흔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도 "국내 주가가 미국과 동조화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실물기반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일희일비하다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회계등 기본이 흔들리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환율변동보험 인수한도 등 미세조정 강화
정부는 환변동보험 인수한도를 현행 4조원에서 5조원으로 1조원 확대해 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수출기업들을 돕기로 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수출기업지원제도로 국회동의등 까다로운 절차없이 정부의 승인만으로 늘릴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변동보험인수규모는 지난 2000년 1조1,000억원, 지난해 3조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환변동보험은 정부가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환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보험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부터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 환율하락속도는 탄력조절
달러화 약세로 촉발된 원화절상은 정부로서도 손쓸 방법이 별로 없다. 그러나 정부는 급속한 원ㆍ달러 환율 하락만큼은 강력히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컨센서스도 이뤄진 상태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가급적 직접적인 시장개입은 자제할 방침이나 외평채 발행한도를 현재의 5조원에서 2조~3조원정도 늘려 환율하락 속도 조절용으로 비축해 둘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밖에 24일 간담회에서 외채상환을 늦추고 FDI유치 목표를 낮추는 등 종합적인 환율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