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 국장 내정자,북한 핵무기 폭발실험 공식 인정…북미, 남북, 한미관계에 미치는 파장 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가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을 '핵무기(nuclear weapon) 폭발실험'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파네타 지명자의 이 같은 발언은 2006년 북한 핵 실험 이후 2년 4개월여가 지났지만 북한의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맞물려 한반도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네타 지명자는 5일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서면자료를 통해 "북한이 지난 2006년 핵무기(nuclear weapon)를 폭발시켰다"며 북한의 2006년 '핵실험'을 그간 미 정부가 규정했던 '핵장치(nuclear device)' 폭발실험이 아닌 '핵무기' 폭발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발표된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와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 보고서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2009년 1ㆍ2월)에서 북한이 이미 수 개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군 당국의 보고서에 이은 파네타 지명자의 이 같은 발언 흐름은 미국이 외교 목적을 위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안보 측면에서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협상 등 외교 무대에서는 북한을 비핵 국가로 상정하고 대화의 틀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지만 안보ㆍ국방 차원에서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간주하고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보듯 안보위협을 느껴 핵무기를 만든 국가가 핵을 스스로 폐기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받아들이고 비핵화를 장기적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와 CIA 보고서에는 테러 집단보다는 특정 국가가 핵을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통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일각의 북한 핵 보유 인정 발언은 북핵 협상과 남북 관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6~7개를 만들 수 있는 40㎏ 가량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을 뿐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실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일각의 북한 핵무기 보유 언급의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면 핵 협상은 물론 남북 관계에서도 수세적인 입장에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 일각에서 핵실험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와는 상관없이 한미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미국 내 일각의 북한 핵 보유국 인정 발언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은 "미국 국방부는 실질적으로 핵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추세지만 북한과 핵 협상을 해야 국무부는 다른 인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