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임시 정부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넘어 직접적인 무력 개입에까지 나서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동서 양분을 넘어 냉전 시대 이후 최대의 동서 대립으로 격화될 공산이 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라프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대통령령에 근거해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서부 군대에 전투 준비 훈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친러 성향이 강한 크림반도의 크림자치공화국에서 친유럽연합(EU) 성향의 현 임시정부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속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크림자치 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에서는 새 중앙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친러시아계 시위대 수백명과 새 권력을 지지하는 타타르인 시위대 수천명 간에 충돌이 삼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일 심페로폴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러시아계 주민 수천명은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우리는 크림인이며 러시아인은 우리의 형제"라는 구호를 외치며 새 정부 대신 러시아로의 합병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의회 의장도 "우크라이나의 유혈 충돌이 동서 양분으로 이어질 경우 크림자치공화국은 러시아로의 합병을 선언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이르면 이날 비상 회의를 열어 공화국의 지위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 반도는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60% 이상인 지역으로 러시아의 흑해 해군 기지까지 위치하고 있어 러시아가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무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정부가 남오세티야의 분리 독립을 막기 위해 선제 군사공격을 단행한 때에도 지역 주민의 80% 이상인 러시아계의 보호를 내세워 무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한편 새롭게 정치권력을 장악한 우크라이나 야권은 군 통수권을 인수하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친위대인 '베르쿠트'를 해체하는 등 새로운 권력 체제 구축 작업을 진행해가고 있다. 하지만 동남부 지역에서 새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친러 성향 주민들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친 EU 성향의 주민들과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