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 경기침체가 미국의 인구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전입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던 '선벨트(Sunbeltㆍ남부지역)'와 서부 지역은 인구 순유출로 전환하거나 유입 속도가 주춤해 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미국의 인구센서스를 토대로 경기 침체로 인구 이동패턴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선 벨트의 중심지 플로리다주와 서부의 네바다주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인구 순 유입에서 순 유출로 돌아섰다. 태양이 비치는 곳이라는 의미의 선 벨트는 남부와 남서부 13개 주에 이라는 광활한 지역으로 따뜻한 기후와 저렴한 땅값 등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간 인구가 꾸준히 유입해 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5년 인구센서스국은 향후 30년간 선벨트가 미국 인구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플로리다주는 올해 인구센서스에서 지난 1년간 3만1,000명이 순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고 네바다주의 경우 4,000명의 순 유출이 발생했다.
경기침체 이전인 2006년 실시된 인구센서스에서 이들 2개주의 인구 유입이 더 많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2006년 조사에서 플로리다주와 네바다주는 각각 14만1,448명과 4만1,640명의 인구가 순유입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떠난 지역은 서부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주로 지난 1년간 순유출 인구가 9만8,798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플로리다와 네바다, 캘리포니아주는 동북부의 미시건주와 더불어 부동산 버블 붕괴로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으로 분류된다.
윌리엄 프레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모기지 시장 붕괴와 경기침체는 지난 수십 년간의 선벨트로의 인구 유입에 제동을 걸었다"며 "역전된 인구 이동 흐름이 언제 과거처럼 되돌아갈 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벨트 가운데 텍사스는 여전히 무풍지대로 꼽혔다. 텍사스주는 지난 1년간 14만3,423명의 인구가 순 유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 산업의 본거지인데다 소득세율이 낮아 대기업 거점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뱅크 코레리카가 2007년 말 디트로이트에서 휴스톤으로 본사를 옮겼고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리서치 앤드 모션도 텍사스주로 이전했다.
이와 관련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텍사스 주는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64만8,600개가 늘어났다. 텍사스의 11월 중 실업률 역시 8%로 미국 평균 10%에 비해 2%포인트나 낮다. 집값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인구유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으로 찾아오는 이민자 수도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미국으로의 이민자 수는 85만명으로 과거 9년 평균 대비 14%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