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1월 7일] 상투

요즘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TV가 보편화되면서 극중의 화려한 색상과 카메라 감독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 덕택에 사극을 보는 우리의 눈은 더욱 즐겁다. 나도 사극을 즐겨 보지만 엉뚱하게도 사극에 나오는 ‘상투’ 분장 때문에 항상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뒷머리를 보면 계속 덥수룩한 머리가 목 위를 덮는가 싶더니 요즘은 아예 양 옆 구레나룻까지도 맨머리가 두텁게 내려와 있는 것을 보곤 한다. 좋은 색상과 역사적 고증을 거쳐 편당 수억원씩 들여 만드는 사극의 황금빛 용포를 입은 임금님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런 어정쩡하고 깔끔하지 못한 상투를 보면 항상 좀 더 신경써서 잘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적당히 날개를 만들어 받음 각을 줘 이를 동체에 붙여 무게중심을 잡고 제트엔진이나 프로펠러가 달린 엔진을 달면 비행기를 만들어 띄울 수 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자기 집 차고에서 비행기를 뚝딱 만드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나는 비행기가 아닌 사람을 태우고 날 수 있는 비행기를 제대로 만들기는 쉽지가 않다. 자동차나 배는 고장이 나면 2차원적 표면에 서 있을 수 있지만 비행기는 하늘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주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개발과정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선진국들이 이점을 이용해 개발도상국의 진입장벽을 어렵게 만들어 놓아 개발도상국의 비행기 개발 산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도 항공 산업을 육성 및 발전시켜오고 있다. 이미 수천명 이상이 생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항공우주 공학도를 배출하는 대학만도 벌써 열 군데가 넘는다. 군용기도 그냥 사다가 쓸 수도 있겠지만 국내조립을 고집했고 면허생산을 통해서 생산기술과 관리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 수출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비록 일부는 역설계를 통해 개발했고 일부는 미국이나 프랑스의 기술지원을 통해 개발한 것도 있지만 항공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통합체계 능력의 상당부분을 확보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통합체계 능력을 확보했어도 주요 요소 기술과 엔진 같이 주요체계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물론 이를 모두 개발할 필요는 없다. 잘생긴 상투머리 분장을 중국에서 들여온 머리카락으로 만들어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세계 각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우수한 부품을 확보해서 이것을 통합체계적으로 설계해서 만들면 된다. 그렇다 할지라도 주요 요소기술과 제품에 대해서는 선진 업체와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서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는 데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아날로그TV에서 방영되는 사극의 잘 빗어 넘긴 상투와 단아한 댕기머리를 보면서 우리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즐거워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예쁘고 깔끔한 우리만의 비행기를 더 개발하고 우수하게 발전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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