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백화점식 병영혁신안, 제도 아닌 운영이 문제다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가 12일 군 사법제도 개혁을 포함한 22개 병영혁신 과제를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혁신위의 권고안을 검토해 18일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혁신위가 권고한 과제에는 그동안 제기돼온 우리 병영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안이 총망라돼 있다. 그만큼 군에 쌓인 부조리와 적폐가 많아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라는 얘기다.


권고안에는 이병-일병-상병-병장 등 4단계로 나뉜 병사의 계급 및 기수체계를 단순화하고 군내 인권실태를 감시하기 위한 총리 직속의 차관급 국방옴부즈맨을 신설하는 것이 포함됐다. 군사법원을 군단급 법원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지휘관 감경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들 혁신과제가 추구하는 목표는 사안별로 다양하지만 결국 명령·복종 관계에서 빚어지는 병영사고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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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혁신위 권고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예단할 수 없으나 조만간 군 문화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같은 백화점식 처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군 가산점 제도는 벌써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실 복무자에 한해 취업시 만점의 2%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여성계가 오래전부터 군 가산점 제도에 반대해온 점에 비춰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계급의 단순화가 대증요법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군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가 없어지겠는가. 같은 계급 내에서도 선임과 후임 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사고로 이어지는 게 현실인데 계급을 통합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100가지, 1,000가지 도입하더라도 그걸 수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의지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군의 자업자득이다. 무엇보다 군조직의 상층부 인사들이 조직의 폐쇄성에 기대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폐·축소에만 급급해온 관행이 병영사고가 빈발하는 토양을 제공해왔음을 알아야 한다. 군 스스로 이런 우려를 떨쳐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고는 반복되고 군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고 제도 탓만 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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