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수 불안속 2분기가 더 걱정

택시·도시가스·車보험료등 줄줄이 인상 대기<br>유가상승 지속…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못해


올 들어 물가를 바라보는 재정경제부의 시선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환율하락이 커버해주고 있다며 ‘문제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물가만을 전담하는 ‘물가정책과’를 아예 없애버렸다. 지난 3월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3.2%)만 놓고 보면 재경부의 이런 모습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 부문의 물가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45개 항목으로 이뤄진 공공서비스 부문은 버스와 전철ㆍ전기요금 등 하나같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와 직접 연계돼 있다. 통계청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지표를 보면 전 분기 대비로 올 1ㆍ4분기 중에 1.4%의 상승률을 기록, 7분기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 3월 한달로만 따지면 전철과 시내버스 등은 10~20%대(전년동월 대비)의 엄청난 상승률을 보였다. 적색 신호등이 켜진 셈이다. 1ㆍ4분기의 지표는 2ㆍ4분기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여유롭다. 재경부의 한 당국자는 “택시와 시내버스 등 교통요금과 도시가스 등이 유가상승에 따라 인상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을 비롯한 7대 도시의 택시요금이 줄지어 인상을 앞두고 있고 시내버스요금 인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보험에 적용되는 정비업체의 정비수가(정비요금) 인상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자동차보험료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는 담뱃값도 추가로 500원 오르도록 예정돼 있다. 재경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전기요금도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요금 산정이 대거 시도 자율로 이관됨에 따라 물가당국이 요금인상 시기를 조절하는 힘도 소진됐다. 뜀박질을 하고 있는 공공요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요즘 경기 돌아가는 모습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곧바로 서민들의 장바구니물가(생활물가)로 이어져 소비여력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회복기미를 보이던 내수 부문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고 세계경기가 소프트패치(상승기조 속 일시후퇴) 기미까지 보이면서 수출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ㆍ외수(수출) 복합불황의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 상승세 속에서 이 같은 흐름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 한때 점쳐졌던 ‘준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나치게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지표에 의존하는 느낌”이라며 “공공 부문의 요금인상을 제때 억제하지 못할 경우 상승기조를 그리고 있는 부동산시장 등과 맞물려 정책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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