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철새는 날아오고


겨울로 접어들면서 천수만 등 철새 도래지에 어김없이 많은 철새들이 날아오고 있다. 그간의 환경보호 노력으로 그 숫자가 10여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들판이나 개천가에 노니는 철새들의 모습과 군무를 관광상품 아이콘으로 삼아 지역소득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철새들의 멋진 비상을 보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직업의식일까. AI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새는 강력한 병원균 전파 매개체다. 오리류에 속하는 철새들은 AI에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를 한 달 정도 계속 배출한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시작한지 약 한 달 후 철새도래지 인근 농가에서부터 AI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농장 출입자가 무심코 철새 분변을 신발에 묻혀왔거나 사료로 먹이기 위해 축사 주변에 방치해둔 음식물에 철새가 접근하면서 AI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래 질병에 대한 최선의 방책은 철저한 국경 검역이다. 하지만 철새에겐 국적과 국경이 없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하늘길을 오가는 철새를 어찌 인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차선책은 일단 철새의 농장 유입을 차단하면서 방역과 소독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농가는 축사 주변을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축사에 출입할 때는 항상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한다. 또한 축사 주변에 철새가 모이지 않도록 사료 관리에 유의하고 축사의 그물망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올 가을부터 AI 발생이 우려되는 전국 36개 시·군의 닭·오리농장에 대해서 전담 공무원제 운영 및 매주 수요일 '일제 소독의 날' 지정 등 강력한 질병 감시와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시 상황점검 결과, 아직도 적지 않은 농가와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처가 걱정을 키우고 있다. AI로 기르던 가금류가 폐사되면 당연히 국가가 보상해주겠거니 생각하는 나쁜 관행이 이런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겨울에도 약 650만마리의 닭과 오리를 땅에 묻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800억원에 달해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메웠다. 담당 공무원들과 농가가 최소한의 기본적 수칙만 지켜도 이러한 손실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방역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상응해서 국가 보상 규모를 감액함으로써 자기책임주의 원칙을 세워 나갈 계획이다. 사육하는 닭과 오리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재산적 가치는 물론 생명 사랑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할 때 선진 축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겨울철 귀한 손님 철새가 매년 던져 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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