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현대·삼성·LG·SK 등 4대 재벌 정기세무조사와 주식이동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24일 국세청 고위 관계자의 말은 『더 이상 언론이 앞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통상적으로 되풀이되던 일(정기세무조사)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국세청조사가 정·재계간의 지나친 대립구도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다.그러나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 국세청 주변의 반응이다.
일단 4대그룹 세무조사설이 나온 이후 국세청은 과거와 같은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세무조사가 해당기업에 대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확인도 부인도 않는 전통적인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일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재벌 세무조사건에서는 국장급 이상의 고위간부들도 사실확인은 안해주었지만 조사 필요성들을 일부 언론에 흘림으로써 혼선의 모습이 역력했다. 또 이 와중에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1일 『95년 이후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정기세무조사가 2분기부터 착수된다』고 밝히면서 혼선은 확대, 재생산 됐다.
결국 국세청 주변의 말들을 종합하면 4대재벌에 대한 세무조사와 주식이동 지사는 어떤 행태로든 착수했지만 「재벌 길들이기」 등 특수목적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국세청 조사의 기획, 시작 단계에서 언론이 지나치게 앞서나가 앞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정기세무조사에 대해 기업들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다 국세청 조사의 인력 등 한계를 감안하면 앞으로 제대로 된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25일부터 시작되는 국세청 조사에서 한진그룹에 버금가는 250명의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결과물들이 시원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의 경우 그동안의 국세청 방침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조사대상과 목적 등을 명시해 불투명한 요소들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납부고지서 발부밖에 남지 않았다』는 국세청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이미 세무조사에 대해 해당 기업 등 이해관계자 외에도 모두 알고 있다면 조사의 대상과 시기, 목적 등을 명확히 밝혀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종훈기자JHON@SED.CO.KR
입력시간 2000/04/24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