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었던 미국 뉴올리언스 아마시 외곽지역에 있는 AMD사의 곡물수송단지. 물레방아처럼 생긴 1톤짜리 바구니 38개를 장착한 컨베이어벨트가 바지선으로부터 대두를 숨가쁘게 실어 내리고 있었다. 곡물은 곧바로 60m짜리 대형 엘리베이터에 실려 거대한 저장시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분류작업을 거친 곡물은 STX팬오션의 벌크선으로 옮겨져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전역에 보내진다. 대릴 G 펠티어 ADM 수출담당 총괄책임자는 “STX팬오션을 통해 아시아로 수출되는 운송물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한국 해운업체의 활약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해운업체들이 구축해놓은 첨단 서비스는 ‘해운 코리아’가 오대양 육대주를 주름잡게 하는 최고의 무기로 부각되고 있다. 해운사들의 수출 인프라는 단지 항구에서 화물을 빠르게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첨단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홍콩ㆍ일본ㆍ대만 선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미주 노선의 경우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개발하고 내륙 연계 운송시스템을 통해 화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맞춤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한진해운이 운영하고 있는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에서 하역된 화물은 트레일러를 통해 바로 인근의 철로로 옮겨진다. ‘온독 레일 시스템(On-Dock Rail System)’으로 불리는 이 방식으로 컨테이너의 약 80%가 기찻길을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미국 내륙과 동부 지역으로 배달된다. 지난 82년부터 국내 선사 최초로 미국에서 전용열차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상선은 90년 미주 지역의 복합운송사업을 전담하는 HII사를 설립했다. 현대상선이 미주로 운송한 컨테이너를 미국ㆍ캐나다로 보내고 있는 HII는 시카고ㆍ뉴욕ㆍ댈러스ㆍ애틀랜타 등 미 대륙의 16개 주요 철도 허브를 연결, 북미 지역의 2,000여곳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류재혁 한진해운 롱비치지점장은 “북미 지역은 철도망이 잘 발달된데다 국내와 달리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을 수 있어 철도 운송 효율성이 높다”며 “롱비치항에서 철로를 이용할 경우 파나마 운하를 통해 동부로 가는 것보다 5일가량 운송기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주들은 항구와 내륙의 연계 운송시스템을 이용하면 번거로운 계약부담에서 벗어나 생산에만 전념하고 배송을 모두 해운사에 맡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배의 위치를 검색하고 도착 예정시각을 확인해주는 서비스도 미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상선은 ‘커스터머 플러스(customer plus)’를 통해 전세계 어디서나 운송 현황은 물론 컨테이너의 하역순서까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변경해주고 있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현재 컨테이너에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를 장착, 하역 및 통관 절차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진해운은 롱비치항 야적장에 모두 1,500개의 리퍼(reefer) 플러그를 마련, 트레일러나 선박에서 하역된 냉동컨테이너에 바로 전원을 공급, 제품의 신선도까지 유지해주고 있을 정도다. 류호연 현대상선 상무는 “전통적인 해운산업에 IT를 접목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며 “치열한 시간싸움에서 살아남으려면 한발 앞선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