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긴급좌담] 흔들리는 한국경제

"노동시장 경직, 외국인 투자 최대 장애"미국과 일본경제의 침체에 따른 여파로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 4월 3억 7,100만 달러에 그치며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 장기 침체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재벌규제정책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반발, 정ㆍ재계가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국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쟈크 베사드 회장,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사무소 김완순 박사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과 외국인 투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 등은 여전히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ㆍ4분기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어든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 전망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정부가 재벌개혁과 관련 재벌 계열사간 상호출자나 투명하지 못한 회계 처리 등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정책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국 투자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는 한국경제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경제가 지난 80년대 이후 무역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성장을 이룩한 것은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해 적극적인 유인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1ㆍ4분기 외국인 직접 투자액이 크게 준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직접 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쟈크 베사드 회장 얼마 전 지난 4월 외국인 투자액이 급격히 줄었다는 통계자료가 크게 보도 됐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 같은 월별 통계치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최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가들이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것이 외국 투자 감소의 원인이다. 투자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된 자금에 대한 이익이 불투명할 때 이를 보류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제프리 존스 회장 지난 1ㆍ4분기에 투자 유치액이 줄어든 것은 현대투신을 비롯한 부실 기업의 외자유치가 난항에 부딪친 것에도 원인이 있다. 최근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반도체 등 매각에 어려움을 겪던 업체들이 인수 대상을 거의 찾아가고 있다. 이 금액만 약 40~50억 달러로, 정부가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150억 달러의 30%를 넘는다. 이들 기업의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지난해 유치된 150억 달러의 1/3인 50억~60억 달러 유치는 상반기 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경제침체로 한국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미국 경기가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대우차, 현대투신의 외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한국 경제는 늦어도 7ㆍ8월이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김완순 박사 국내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외국 기업인들의 의견도 많다. 실제로 세무나 통관 문제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지만 노사문제에 지적은 크게 줄었다. 지난 1ㆍ4분기 외국인투자옴부즈만사무소에 건의된 100여건의 불만사항 중 노사문제는 10여건에 머무르는 등 외국인 투자여건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면서 정부가 올해 외자 유치 목표인 15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걱정하기 시작했지만 분기별로 보면 투자유치의 성과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재계의 재벌규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의 경제개혁 흐름이 난관에 직면했는데. ▲제프리 존스 회장 한국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은 재벌 개혁정책 이전에 한국 기업들의 그동안 잘못된 경제 관행에 대한 개혁을 의미한다. 특히 상호출자등을 통한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간 근본 원인이라고 투자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이 투자 협상의 최종 마무리에서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재벌의 투명한 경영과 회계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개혁정책은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쟈크 베사드 회장 일부 재벌의 경우 한국인의 민족 정서를 자신들의 기업 이익과 연결시키며 이용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은데 이를 바라보는 외국 기업의 시선은 좋지 못하다. 투명한 기업경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잘못된 기업 관행들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 비즈니스 환경이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김완순 박사 외국 투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큰 장애다. 외국인 투자자의 편에 서서 일한다는 이유로 심지어 '매국노'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투자는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등 한국 경제에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은 산타 클로스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가 경제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좀 더 확산돼야 한다. ▲제프리 존스 회장 최근 들어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면서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데 큰 장벽은 많이 없어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국 소비 시장은 여전히 변동 가능성이 많아 위험성이 높다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최근 광우병과 구제역 사태로 한국 쇠고기 시장은 갑작스럽게 주저앉아 버렸다. 외국의 경우 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성은 적은 편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외세 침입을 많이 받으면서 외국인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는 것 같다. 즉 외국인 투자자들인 한국에 진출, 단물만 빨아먹고 말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는 편협된 시각이다. 한국 속담에 특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해 이익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는데 외국 투자자본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서 보면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질적인 노사분규가 여전히 외국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는 지적이 높은데. ▲김완순 박사 실제로 올 1ㆍ4분기 외국 투자자들의 노사 관계 관련한 애로사항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한국 노조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의약분쟁이 불거졌을 때 미국에 있는 한 외국 친구는 인텔리 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들마저 머리에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시위 문화에 대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 언론에 비친 과격한 시위 모습은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꺾기에 충분하다. ▲쟈크 베사드 회장 노동 시장이 유연하지 못한 것은 외국 투자자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한국의 노동 법규는 기업이 필요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제프리 존스 회장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업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기업들도 큰 부담없이 자유롭게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언어문제를 비롯해 생활 속의 불편을 호소하는 외국기업인들이 많은데. ▲쟈크 베사드 회장 언어 문제와 아이들 교육 문제, 교통문제도 큰 어려움이다. 물론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외국기업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한국의 생활 여건도 처음 부임했던 4년 전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제프리 존스 회장 외국 기업인의 경우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나치게 비싼 진료 비용을 청구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국인도 마찬가지지만 병원마다 똑 같은 치료에 대해 각각 달리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에 대한 외국 기업인들의 불만도 높다.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교통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은 외국의 대도시에 비해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교통문제와 같은 사소한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이 외국기업인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혜택이 늘면서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김완순 박사 말레이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 일부에서 이를 역차별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쟈크 베사드 회장 한국에서의 사업 기반이 없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돕는 법안을 역차별로 볼 수는 없다. 약한 쪽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법규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마련해놓고 있다. ▲제프리 존스 회장 지난 80년대 중반 일본 자본이 미국에 활발하게 진출할 당시, 미국 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음에도 경제 강국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외국인 직접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높다는 대세다. 현재 대부분의 미국 주정부의 경우 외국 자본에 대해 각종 혜택을 마련하며 적극적인 투자유치정책을 펴고 있다. 이 같은 혜택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미국인은 없다. 오히려 각종 혜택을 통해 외자유치를 하는 것이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중국이 각종 특혜를 통해 외국 자본에 대한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타산지석이다. /정리=홍병문기자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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