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급격한 정석을 피하다

제2보(10~24)


소개하는 바둑은 창하오가 한국의 애기가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1994년 여름 롯데배 한중대항전의 일국이다. 당시 창하오의 나이는 만18세. 그의 생일이 1976년 11월7일이므로 서양식으로 따진다면 만 17세였다. 상대는 한국의 서봉수9단. 그때까지 서봉수는 중국기사에게 7전7승의 놀라운 전적을 보이던 터였으므로 창하오는 무척 긴장한 상태로 대국에 임했다. 롯데배 한중대항전은 롯데그룹과 국제신문이 중국 시장을 겨냥하여 탄생시킨 국가대항전으로 1994년부터 4년간 열렸다. 각각 7명의 기사를 내세우고 한 기사가 2판씩 두는 방식. 중국기원이 이 기전을 환영했던 데는 그들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첫째는 승산으로 최정상의 두세 명만 겨룬다면 자기네가 불리하지만 7인 정도로 내세운다면 중국도 충분히 해볼만한 승부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둘째는 중국기원의 청소년 유망주들에게 한국 고수들과의 대국기회를 줌으로써 언젠가 한국을 추월할 날을 기약하겠다는 원대한 꿈. 결과적으로 중국기원의 계획은 모두 적중하게 된다. 제1회에서는 중국이 5대9로 패했지만 이듬해에는 9대5로 이겼고 제3회에서도 8대6으로, 제4회에서도 9대5로 계속 이겨버렸으니까. 또한 창하오를 비롯한 6소룡들이 한국의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등과 자주 대국을 가진 결과 나중에는 곧잘 승점을 기록하게 되었으니까. 서봉수의 백10은 다소 이색적인 취향. 보통은 가로 씌우는 것이지만 그 코스는 급격한 대형정석이 출현하게 되므로 판이 좁아져 백이 백전노장의 노련한 역량을 발휘하기가 힘들다고 보고 유유히 두기 위해 이런 식으로 간 것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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