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로 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프랑스어 '노블레스'의 어원은 닭의 볏, '오블리주'는 계란의 노른자를 뜻한다. 다시 말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닭의 가치가 볏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 데에 있다는 것인데 이 단어는 사회지도층으로서 그 부와 명예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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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프랑스는 영국과 100년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 칼레시는 오랜 기간 영국군에게 맞서다 결국 항복했고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저항에 대한 본보기로 시민대표 6명을 처형하기로 한다. 그런데 희생자를 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놀랍게도 도시 최고의 부호였다. 뒤이어 시장·법률가 등 고위층 인사들이 희생을 자청했다.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위치임에도 지도층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영국왕의 선처로 이들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재력가들이나 익명의 독지가 등이 재산기부, 장학재단 설립 등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단 아직까지도 병역기피나 탈세 문제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지도층 인사들을 보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필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사회정의가 소수 특권계층이나 지도계층의 책무로만 인식되거나 너무 거창한 선행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가끔 들곤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궁극의 도덕의식과 공공의식이 특정한 계층만의 의무로 인식되는 개념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솔선수범하고 타인을 위해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는, 보다 보편화되고 일상화된 개념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예전부터 대중교통 무임승차 대상임에도 지하철이나 버스비를 직접 내면서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다고 들었다.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분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라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그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가 싶다.

교통안전의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도로 위에서 상대 차량에 먼저 양보하고 보행자나 교통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운전자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교통사고 발생시에도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내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반성하는 운전자를 볼 수는 없을까. 이제 우리 사회도 전 분야에서 보편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확산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가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특히 우리가 매일 일상으로 접하는 도로 위에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선두에 서 있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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