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본말전도 반올림, 누구를 위한 눈물인가


7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20여명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독단적으로 보상위원회를 발족하고 보상안을 발표한 것은 반올림과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눈물을 흘리며 보상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올림 활동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제 3자에게는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보상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여질 만한 장면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가족들을 대표하는 가족대책위원회는 "빠른 보상을 원한다"며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3일 사내 보상기금 1,000억원을 조성하고 보상 대상과 내용을 구체화할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 협상이 7년 넘게 이어지며 유가족이 고통 받고 있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상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게 삼성 측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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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대책위 역시 삼성과 입장을 같이 하고 보상위 측에 변호사를 파견해 구체적인 보상 내용을 협의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다툼이 있었던 당사자들은 화해를 원하는데, 옆에 있던 구경꾼이 나서 "더 싸워 보자"며 부추기는 꼴이다.

반올림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보상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겠다며 발족한 모임이 이제는 보상을 말리는 본말전도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반올림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실제로 반올림은 보상을 위한 공익법인을 설립하자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 관계자들은 그 공익법인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올림의 눈물이 과연 누구를 위한 눈물인지 묻고 싶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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