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 & Story] 유승재 보령메디앙스 대표

"주인정신 갖고 소신껏 일하다보면 성공의 길 열리죠"<br>1990년대 차장시절 스킨케어 '누크' 탄생 주도<br>진열이 곧 판매…마트 돌며 티슈로 제품 닦기도<br>탁구 치는 재미 쏠쏠 스트레스 해소엔 안성맞춤



유승재(61ㆍ사진) 보령메디앙스 대표는 유아용품 분야에서 마케팅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지난 1988년부터 2001년까지 40대를 오롯이 보령메디앙스에서 보낸 후 컨설팅업체, 외국계 기업 등에 몸담았지만 그는 유아산업 언저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으로 유아산업과 마케팅을 택한 셈이다. 그런 그가 올 3월 김은정 부회장과 함께 보령메디앙스 공동대표 자리를 맡게 됐다. 마케팅 전무로 보령메디앙스를 떠난 지 8년 만에 컴백한 것. 지난해 석면 파우더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보령메디앙스의 최근 상황을 떠올리면 흡사 구원투수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 받은 모양새다. "보령메디앙스의 성장 과정을 저만큼 잘아는 사람은 없어요. 회사를 나와서는 경쟁회사에서도 있어봤고 유아용품 컨설팅업체도 운영해봤습니다. 보령메디앙스 쪽에서 도와 달라고도 하고 저도 이제는 바둑으로 치면 훈수를 둘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온후한 인상의 유 대표는 보령메디앙스의 초창기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다. 그가 보령메디앙스에서 첫발을 내디딘 1988년 당시만 해도 보령메디앙스의 유아용품 매출은 고작 37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시장에 이제 막 유아산업이 움트는 시대였다. 유 대표는 애경유지에서 10여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령메디앙스에 마케팅 부서를 만들었다. 혼을 바쳐 일한 결과 그가 떠날 무렵인 2001년 보령메디앙스의 매출은 530억원까지 올랐다. 유 대표는 "그때는 정말 오너처럼 생각하면서 일했다"며 "월급쟁이 하면서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항상 꿨다"고 회고했다. 이런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까. 그는 틈만 나면 젊은이들에게 주인정신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유 대표는 "'위선자가 되기보다는 용감한 죄인이 돼라'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다"며 "쉽게 말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소신껏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령메디앙스에서 한창 일하던 1990년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당시 우리는 독일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스킨케어제품인 '페나텐(PENATEN)'을 팔고 있었어요. 그런데 존슨앤존슨이 독일 업체를 인수해버린 거야. 존슨앤존슨은 우리더러 그냥 페나텐의 도매상이나 하라고 그러더라고. 얼마나 황당하던지. 근데 우리는 사실 우리 손으로 제품을 만들 생각이었거든. 존슨앤존슨이 새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정비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스킨케어 '누크'를 만들었고 대성공을 거뒀어요." 누크는 바로 오너처럼 일했던 유 대표가 용기 디자인, 광고 등 처음부터 일일이 관여해 내놓은 첫 작품이었다. 출시 첫해 매출은 30억원. 페나텐이 매출 20억원 하던 때니 대단한 히트를 친 셈이다. 그만큼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그는 "겨우 차장이었던 제가 주도해서 탄생한 게 바로 누크"라며 "회사에 대한 애착이 없었더라면 존슨앤존슨의 위력에 눌려 우리 브랜드를 만들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양복 하의 뒷주머니에 티슈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티슈는 주말마다 빠짐없이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을 돌며 보령메디앙스 제품을 닦는 데 쓴다. 그는 "이마트 같은 데를 돌면서 우리 제품의 진열이 잘 돼 있는지, 경쟁사의 판촉행사에서 배울 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진열이 곧 판매라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오전7시에 출근해 각종 신문은 물론 유아 관련 잡지를 꼼꼼히 통독하는 것도 업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중요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유 대표의 최근 고민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 "경쟁업체가 너무 많아졌어요. 유한킴벌리ㆍ매일유업 등 국내 업체도 많고 유명 글로벌 브랜드도 하나둘이 아니에요. 소비자의 눈높이도 워낙 높아져 검증된 우수한 프리미엄제품이 아니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보령메디앙스는 최근 '그린 비니지스'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 2005년 합성방부제 및 인공색소 등 각종 화학 성분을 뺀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퓨어가닉'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화로 만든 유아의류 브랜드 '더오가닉코튼'을 인수한 것 등은 이와 맥이 닿아 있다. 그는 "이제는 유기농ㆍ안전 등의 수식어가 붙은 제품에 대한 소비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활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내에 있는 모자생활과학연구소다. 유 대표가 직접 소장을 맡고 있는 이 연구소에서는 서울대와 손잡고 신세대 주부들의 양육 방식이나 아동용품에 관한 소비 형태 등 육아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 보령메디앙스의 육아 포털인 '아이맘'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보령메디앙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는 데 연구소가 밀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耳順)을 넘긴 유 대표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주말마다 탁구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 그는 기업 경영진이 주로 하는 골프에 대해서는 "잘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싫다"며 "탁구는 시간적으로 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재미있고 동호회 사람들과 친목 도모도 할 수 있어 1석3조"라고 '탁구 예찬론'을 폈다. ● 유승재 대표는 ▦1949년 경남 남해 ▦1978~1988년 애경유지 마케팅팀 근무 ▦1988~2001년 보령메디앙스 영업마케팅 전무 ▦2002~2003년 BCM 마케팅 컨설팅 대표 ▦2004~2006년 아벤트코리아 부사장 ▦2008~2009년 개성산업 경영고문 ▦2010년 3월 보령메디앙스 공동대표
국내 유아용품 선두권… "올 매출 2,400억 목표"

■ 보령메디앙스는 지난 1979년 설립된 보령메디앙스는 국내 선두권의 유아용품 전문업체다. 사업부문은 수유용품, 스킨케어 부문, 위생생활용품 부문, 유통사업 부문과 '타티네쇼콜라' '오시코시비고시' '더오가닉코튼'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보한 유ㆍ아동 패션의류 부문 등 5개로 크게 나뉜다. 유 대표는 저출산 등에 따른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에 대해 "보령메디앙스의 제품군은 전체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이며 대부분이 시장에서의 절대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품목"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부의 짜임새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의 우회적인 표현으로 들렸다. 그는 다만 "육아라는 울타리를 더 포괄적으로 내다보고 향후 사업 전망이 좋은 제품의 경우에는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 여지를 닫지는 않았다. 유 대표는 일반인에게 덜 알려진 유통사업 부문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그는 "유아용품 편집숍인 유아BB하우스는 이미 전국적으로 60개에 이른다"며 "보령메디앙스 제품의 경우 전체의 3% 미만일 정도로 유아전문매장으로 구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로 2,4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이 1,700억원임을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인 목표로 보이지만 프리미엄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아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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