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매관매직 등 교육비리가 '고구마 줄기 캐듯' 계속 나오자 교육당국이 비리근절 대책을 내놨다. 교육비리가 '백화점식'이다 보니 대책도 거의 '종합 세트' 수준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탁상행정의 전형'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교육비리 근절 대책의 핵심은 교장공모제를 확대해 교육감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비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5% 수준에 머무는 초빙형 공모교장을 전체 공립학교의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 하지만 초빙교장이라고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중임 제한을 받지 않아 정년연장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교장공모제 확대 대상을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초빙형에 국한한 것도 이번 대책의 근본적 한계다. 관리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승진체계를 거쳐 교장자격을 획득한 이들이 기존 관행을 깨고 교육현장을 개혁할 의지를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부 전문가의 교장 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형 공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내부형 교장의 학생ㆍ학부모 만족도가 초빙형 교장에 비해 훨씬 높다는 자체 분석결과에도 불구, 교과부는 지난해 내부형 공모교장이 전체 공모학교의 15%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기존 교장승진체계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려 한다면 기존 교장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데 급급해하기보다는 평교사라도 능력ㆍ자질이 있으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석교사를 늘리면 교사들의 과도한 승진경쟁이 완화돼 비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교과부 인식도 너무나 안이하다. 수석교사제는 평교사라도 학생들을 잘 가르치면 우대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하지만 매달 활동비 15만원과 수업시수 20%를 줄여주는 수석교사가 되겠다고 승진을 포기하는 교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또 수석교사 중 우수한 교사를 장학관이나 교장으로 발탁하겠다는 것은 제도 도입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수석교사가 또 다른 승진 통로로 오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과정을 거쳐 관리자가 되는 현 교원 승진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제도를 운영하는 책임자들이 잘못된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견제ㆍ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교육비리는 더 깊숙이 뿌리내릴 것이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교육관료들은 귀 기울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