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증시 ‘평화 랠리’

뉴욕 월가가 조심스레 반전ㆍ평화의 랠리를 시도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라크 공격 계획이 국내외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치면서 지난 주 중반까지 지정학적 요소로 결빙했던 뉴욕 증시가 따스한 봄바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내 강경 보수파들이 단독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고, 북한 핵 이슈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봄이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많다. ◇이라크 공격 연기 전망= 14일 한스 블릭스 무기사찰위원장이 유엔 보고에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이후 이라크 사태가 급변하고 있다. 15일 열린 국제적인 반전 연대운동에 수백만명의 세계인이 참여했고,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라는데 합의했다.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마저도 “이라크 전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발 후퇴, 부시 행정부가 고립에 빠졌다. 미국과 영국은 3월말로 전쟁이 연기되면 사막의 뜨거운 열기로 전차와 대포를 움직이기 어려워 이달 그믐(27일)의 야간을 D데이로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6일 NBC 방송에 출연, “외교 해결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유엔 합의가 없을 경우 단독전 불사를 시사한 것은 전쟁을 더 이상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미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아직 유엔 외교를 중시, 이라크 공격을 골자로 하는 2차 결의안 상정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의 합의를 얻지 못할 경우 전쟁 명분이 약해져 아랍권의 강한 반발을 사며, 막대한 전비와 희생을 치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차 유엔 결의안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ㆍ중국도 이에 가세하고, 아랍 연맹도 전쟁 반대를 결의했다. 미국 내에서도 지난주말 이후 전쟁의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최근 전쟁 리스크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사담 후세인의 대량 파괴 ▲미군 사상자 확대 ▲전쟁 장기화 가능성 등이다. ◇뉴욕 증시, 안도의 랠리=최근의 정세 변화는 안정을 희구하는 뉴욕 증시 투자자들에게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지난 2영업일 연속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18일 1.67% 오른 8,041.15를 기록하며 단숨에 8,000선을 회복했으며, 나스닥지수는 2.78% 상승한 1,346.54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비해 미국 국채(TB)와 국제 금값은 하락하고, 전쟁 우려로 약세를 지속했던 달러화는 반등했다. 전쟁에 대한 초조감이 이완되면서 시장에 역류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수치화한 VIX 지수는 지난주 40에서 24일엔 35로 낮아졌다. 뉴욕 증시에는 그동안 과매도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나타나고, 전쟁의 먹구름에 가렸던 호전된 경제지표들이 새롭게 인식됐다. 1월 산업 생산과 재고량이 상승하고, 월마트등 소매판매가 좋게 나오고, 1월 실업률도 전월 6.0%에서 5.7%로 낮아졌다. 지난해 4ㆍ4분기 500대 기업의 수익이 한해전보다 10% 이상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직 지정학적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CIBC 월드마켓의 투자전략가 서보드 쿠마는 “2001년은 닷컴, 2002년은 회계부정이 증시를 지배한 것처럼 2003년은 지정학적 요소가 증시의 변수”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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