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포커스] 자동차 업계 '한중FTA'에 초긴장

중국산 글로벌 수입차에 안방 내주나

BMW 등 中 생산공장 갖춰

품질·가격 경쟁력 무기로 내수시장 점유율 잠식 가능성

관세인하 시기 신중결정을



정부가 다음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등의 불이지만 한중 FTA가 몰고 올 파급력도 가늠하기 힘든 탓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는 BMW나 벤츠·도요타처럼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향후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로 들여올 가능성이다.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수입차가 들어오면 국내 시장판도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중 FTA 타결전에 자동차 분야 관세인하 시기와 폭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생산차량, 인건비·물류비 경쟁력 높아=26일 자동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완성차에 8%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보통 수년에 걸쳐 관세를 없앤다.

자동차만 놓고 보면 중국과의 FTA는 실익은 없는데 위협요소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값싼 운송비와 인건비를 무기로 글로벌 업체의 중국 생산차량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다. 국책연구원의 관계자는 "물류비용과 인건비를 감안하면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우리나라에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며 "자동차만 따지면 한중 FTA는 우리에게 위협요소가 많다"고 밝혔다.

해운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의 한국~중국 운송단가는 유럽 대비 40%가량 싸다.

인건비 효과는 더 크다. BMW는 중국에서 2시리즈와 5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벤츠는 C클래스와 E클래스·GLK를 만들고 있고 폭스바겐도 인기 모델 티구안을 생산 중이다.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지만 유럽과 일본업체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본사 생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차이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 근로자들의 인건비는 우리와 비교해도 약 10분의1"이라며 "유럽 기준으로 보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많게는 10~20% 안팎으로 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업체의 중국 자동차 판매량 대부분은 현지에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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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체 주장과 달리 중국물량, 국내 수입 배제 못 해=BMW와 벤츠·아우디·폭스바겐·도요타 등 국내 판매량 상위권을 달리는 업체들은 이와 관련해 한중 FTA와 중국 생산차 수입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BMW의 관계자는 "중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차다"며 "중국과 한국은 다른 시장"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2,198만대로 지난 2008년의 936만대에 비해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는 내년까지 중국에 4개의 공장을 지어서 생산량을 300만대에서 500만대로 늘린다. 폭스바겐과 도요타·포드·닛산 등도 중장기적으로 각각 60만~120만대씩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부분 중국 생산물량은 현지에서 판매한다는 게 수입차 업체들의 설명이지만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 8%는 4%로 즉각 낮아졌다. 미국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는 현재 2.5%로 2016년 1월에는 완전히 철폐된다.

2011년 1만3,669대에 불과했던 미국산 자동차 수입실적은 2012년에 2만8,361대로 크게 뛰었고 지난해에는 3만1,654대까지 불어났다. 특히 토종 미국업체가 아닌 곳들도 포함돼 있는데 BMW는 X시리즈를, 닛산은 알티마와 QS60, 도요타는 인기 모델인 캠리와 시에나를 미국에서 들여온다. 중국 시장 상황과 판매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중국 생산차의 우리나라 입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내수시장 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글로벌 업체들이 당장 중국 차량 수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한번 물꼬가 터지면 이를 막기가 쉽지 않다. 현재 버스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버스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차 공세가 본격화하면 현대·기아차도 안방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내수규모는 연간 150만대 수준인데 현대·기아차의 9월 내수점유율은 67.3%로 올 들어 최저다.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의 점유율을 제외한 수입차 점유율은 연말에 15%, 중장기적으로 27%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몇 년간 문제가 없다고 해서 덜컥 시장을 개방하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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