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9일] 극장과 영화계가 상생하려면

올 상반기 동안 극장들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려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영화인들은 이 결과에 울상을 지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6월 극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늘어난 5,472억원을 벌어들여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증가 원인을 찾아보니 관객이 늘어나서가 아니었다. 올 상반기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 6,94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3.9% 줄었다. 관객이 줄었는데도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약 1,000원씩 상승한 관람료와 일반 영화보다 약 50% 비싼 3차원(3D) 영화 관람료 덕분이다. 높은 관람료에 힘입어 극장 평균 요금은 지난해 6,600원에서 올해 7,880원으로 20% 상승했다. 매출액의 세부내용을 따져보면 영화인들이 울상을 짓는 이유를 더 잘 알 수 있다. 상반기에는 '아바타' '아이언맨' 등의 외화가 큰 성공을 거둔 덕에 외화의 매출액 점유율이 60%에 이른데 비해 한국영화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4.7%포인트 떨어진 40%에 그쳤다. 특히 3D 외화의 성공은 우리 영화인들과 상관없는 '겁나 먼 세상' 이야기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3D 영화가 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장에 돈을 벌어다 준 3D 영화들은 모두 외화다. 영화사와 극장이 입장료 수입을 분배하는 부율을 보면 국내 영화인들의 분통이 한층 이해된다. 국산 영화의 경우 극장과 영화사가 입장료 수입을 5대5로 배분하지만 외화는 6대4로 나누기 때문이다. 극장들에 3D 외화는 그야말로 '노다지'인 셈이다. 부율의 재분배 논의는 지속적으로 거론됐지만 극장과 영화사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로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15년까지 4,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영상 콘텐츠의 20%를 3D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산 영화와 외화 간 부율 불균형이 해소돼야만 국내 영화계가 3D 영화 개발이라는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 극장의 호황이 영화계와 상관없는 현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극장ㆍ영화인ㆍ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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