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입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사회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노동운동가인 전순옥(50)씨가 2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강당에서 ‘인권과 한국 민주화’라는 주제로 특강했다. 전씨는 “제가 동대문경찰서에서 마지막 연행조사를 받은 게 지난 87년으로 어떻게 경찰서에 와서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됐는지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고 운을 뗐다.
전씨는 이어 “처음 강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거절을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며 “저를 취조한 경찰관이 여기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세상이, 경찰이 많이 변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소회를 밝혔다. 전씨는 강연에서 70~80년대 가족사를 중심으로 경찰의 감시를 받으면서 생활했던 경험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다. 군사독재 시절 경찰로부터 갖은 고초를 당했던 순간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그는 “이젠 약자를 돕고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