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투자 1순위' 美국채 인기 시들… 금·獨국채 등으로 뭉칫돈 몰려

글로벌 안전자산 순위도 변동 조짐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지고 유럽 재정위기까지 확산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미 국채의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금이나 독일 국채(분트) 등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금은 지난주까지 1980년 이후 최장기인 11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사상최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 현재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1,601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600달러를 돌파했다. 금 가격은 지난해 30% 급등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2% 올랐다. 이는 미 정부부채 상향 문제에다 유로존 국가들의 채무위기까지 겹치면서 위험회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빌 이건 JP모건 펀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리스크를 회피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미 국채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이젠 위험회피자산으로서의 미 국채 역할이 의심받고 있다"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은 실물자산인 금 시장으로 달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모범생 독일의 국채인 분트도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트리플에이(AAA) 등급을 받고 있는 독일은 채권 발행규모도 큰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의 미지급 채권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마이크 슈마허 USB 금리전략 헤드는 "독일은 지난 수십년동안 주요 채권발행국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힌다"며 "미국의 디폴트에 대비해 투자자들에게 분트를 사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증하는 무이자부 예금(non interest deposits)도 미 국채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FDIC는 개인, 기업, 정부기관의 무이자부 예금에 대해 무제한으로 보증한다. 종전 25만달러가 한도였지만, 도드 프랭크 법이 제정되면서 보증한도가 철폐됐다. 이밖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이나 일본 엔화에 투자하려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 독일 국채, 은행예금 등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들을 모두 합쳐도 미 국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갖는 위상을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채의 유동성 규모는 9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또 미 국채 수익률(10년만기 기준)이 3% 수준으로 역사상 저점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디폴트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워싱턴 정치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의회가 결국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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