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리한 사업확장 화불러/청구 화의신청 배경

청구그룹의 화의신청은 국내 주택업계의 현주소와 함께 무리한 사업확장의 말로를 보여주고 있다.주택경기 침체 장기화로 유원건설과 건영, 한신공영 등 대형건설업체들이 무너진데 이어 국내 주택건설 선도업체로 일반 수요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려온 청구그룹마저 무너졌다는데서 충격이 크다. 청구그룹의 도산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정보통신업과 유통업 등에 무리하게 진출한 것이 화를 불렀다. 청구그룹은 정보통신업 진출을 위해 지난 95년 대구방송을 설립한데 이어 주파수공용통신(TRS)사업에서 아남텔레콤의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회선임대사업은 (주)두루넷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분당에 블루힐백화점을 설립했으며 왕십리역사백화점과 민관합작형태의 대구복합터미널을 오는 99년과 2005년 완공 목표로 건설중이다. 건설분야에서도 전문분야인 주택에서 벗어나 초기투자비용이 큰 관광레저와 해외주택사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같은 사업진출은 청구의 자금사정을 악화시켰으며 여기에 최근 IMF 한파로 기업들의 대출이 동결되거나 대출금리가 급등하며 자금난은 더욱 가중됐다. 청구는 자금난 완화를 위해 올해 신주거문화를 표방하며 대형 오피스텔의 분양에 나섰으나 건설교통부의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 강화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청구그룹의 11월말 현재 차입금은 모두 1조7백4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1조1천1백41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이중 금융권 여신은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7천2백78억원으로 재계순위 45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이 대출금 3천4백5억원, 지급보증 2천1백16억원 등 5천71억원, 제2금융권이 2천4백48억원, 회사채 1천4백25억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 관계자는 『IMF 한파로 주거래은행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시중금리가 급등하며 아파트 분양자들의 중도금연체 규모가 늘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면서 『(주)청구 등 계열사의 경영상태가 양호한데다 그룹 정상화를 위해 보유 부동산과 백화점등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구의 정상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경기 침체로 기업 부동산이 팔리지 않고 있는데다 고금리추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자금경색이 풀리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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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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