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비스/이병근(다자간투자협정<MAI>과 한국경제의 미래)

◎개방 가속화… 업계 구조조정 시급외국인투자를 대폭 개방하는 계기가 될 다자간투자협정(MAI)의 타결은 금융, 유통, 통신 등 서비스업계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분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시 약속한 바에 따라 98년 12월이면 상당부분 개방이 이루어지게 되며, MAI와 세계무역기구(WTO) 금융협상은 개방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증권산업의 경우 내년이면 합작법인 설립이 허용되며 투자자문회사나 투자신탁회사의 설립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활발한 경쟁을 통해 국내증권사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자산운용 기법면에서는 아직 선진국 증권사들에 비해 매우 취약한 편이다. 특히 세계적인 포트폴리오 투자를 도모할 가능성이 큰 대형 투자자들은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춘 외국증권사로 이탈할 것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도매시장에 특화하는 외국증권사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확장할 것이다. 보험업계의 경우에는 자동차보험, 가계보험, 생명보험 등 국내적 성격이 강한 분야는 모집채널 구축이나 잠재고객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외국업체들이 단시일내 시장을 점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인수기술이나 위험관리기술이 중요한 손해보험이나 특종보험 등의 분야에서는 외국보험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대형 물건이 외국보험사로 이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외국금융기관들은 주로 대형·고수익 상품을 목표로 진입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형화 및 선진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미 외국인투자가 전면 허용되어 외국업체의 진출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유통업계 역시 MAI의 타결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국민대우 원칙에 따라 부동산 취득 등 그동안 외국업체의 진입을 막아왔던 실질적인 장벽이 제거되고 M&A(인수 및 합병)가 허용되면서 외국업체들은 부지마련이나 유통망 확보 등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또 일반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국내에 그리 발달하지 않은 완구, 의류, 가전 등 특정부류의 상품에 특화하는 카테고리킬러 형태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막강한 자금력(저금리)과 다양한 제품조달력, 선진물류체계 등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선진 대형업체들의 활발한 진출은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재편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차입경영 등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은 M&A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자구노력을 적극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유통업체의 대형화로 시장의 축이 선진국과 같이 제조에서 유통업체로 이동하면서 이들 외국 유통업체가 자국제품의 수출창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비해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 업체의 대형화전략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도 98년부터 33%까지 외국인들의 지분참여가 허용되는 등 개방이 가속화되어 외국업체들에 의한 시장 잠식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투자비용이 많지 않고 단기간내에 시작할 수 있는 무선통신분야는 외국 통신업체의 진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미 국내 업체간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중소업체에 대한 M&A가 외국업체의 주요 진출경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송업계는 다른 서비스분야에 비해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운송의 경우 네트워크사업인 관계로 외국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며, 국제해운이나 컨테이너 운송사업도 우리나라 업체들이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교역이 중요해지면서 세계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으로 국내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진출이 예상되어 중소업체에 대한 매수합병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외국 서비스업체의 국내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노력과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관련기사



이병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