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미국 FOIA는 보물창고… 고급정보 미리 입수 잇단 대박

수수료만 내면 FDA 신약 자료 등 공개 요청 가능<br>헤지펀드 투자수단 활용 늘며 대행업체도 성업<br>일각선 "자본·전문성 갖춘 기관들만 유리" 지적


한국의 제약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메가톤급 이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 여부다.

지난달 한미약품의 위궤양치료제'에소메졸'이 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동아ST, 녹십자, LG생명과학 등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제품의 미국 시판 허가를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의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다가도 막상 FDA 승인을 받은 뒤에는 시장 안착 우려에 주가가 빠지기 일쑤다.


이들 종목들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있는 국내 투자가라면 정보자유법(FOIA)을 이용해보는 게 어떨까. 이미 헤지펀드 등 월가는 FOIA에 따라 신약 등에 대한 고급 정보를 발 빠르게 요청해 '대박'을 올리고 있다.

◇단돈 72달러 수수료 들여 대박 투자= 미 정부는 FOIA에 근거해 일반인들도 백악관과 의회, 국가안보 등의 기밀 사항을 제외하고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의 환경오염 데이터, 에너지국의 에너지 절약형 차량에 대한 허가 여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금융기관 조사 내역 등이 모두 합법적인 요청 대상이다.

특히 헤지펀드는 기업 생산시설, 제품 규제나 허가, 경제 통계 등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2년 회계연도(2011년10월~2012년9월)까지 지난 5년간 FOIA에 따른 정보공개 요청 300만건 가운데 투자 관련 정보는 10만건에 달한다.

미 제약사인 버텍스에 대한 헤지펀드인 SAC캐피털의 투자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지난해 12월 버텍스의 포낭섬유증 치료제가 신약으로 승인 받자 SAC는 FDA에 부작용 케이스를 요청했다. '문제가 없다'는 자료를 받자 SAC는 시그마캐피털매니지먼트와 공동으로 보유주식 수를 기존의 1만3,500주에서 2만5,000주로 늘렸다.


올 4월 버텍스가 "안전성 테스트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자 첫날에만 주가가 62%나 폭등했다. SAC가 신약 정보를 받는데 든 수수료는 버텍스 두 주 가격에 불과한 72.5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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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IA를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활용한 경우도 많다. 헤지펀드인 킹던캐피털매니지먼트는 제약회사인 메디베이션이 전립선 치료제를 올 2월 출시하자 정보공개를 요청해 불과 이틀 만에 고객들의 불만으로 가득 찬 100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받아냈다. 킹던캐피탈은 지난해말 51만주이던 보유 주식 수를 3월까지 30만주로 줄였고 같은 기간 메디베이션 주가는 8.6% 급락했다. WSJ은 "관련 정보를 이용해 투자 수익을 얻더라도 법무무의 내부자거래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 대행업체도 성업 중= FOIA가 적은 비용으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보물창고로 부각되면서 정보공개 요구 건수도 2008년 회계연도에 60만여건에서 2002년 65만 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법률이나 노동, 국토안보 등의 분야보다는 FDA, SEC 등에 민감한 투자 정보를 요구하는 건수가 2~3배씩 급증하고 있다. FDA의 정보공개 관련 예산도 2012년 3,350만달러로 10년보다 3배로 늘었다. FDA가 식품ㆍ의약 리콜을 실시한 사례는 2012년 총 9,000여건으로 2008년보다 64%나 늘면서 투자가들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덩달아 정보공개 서비스를 대행하는 업체도 성업 중이다. 시카코에 위치한 FDA질라의 토니 첸 설립자는 "올해 투자가들의 주문 건수가 2011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밀레니엄매니지펀트, 헬스코어매니지펀트 등 헤지펀드를 비롯해 시티그룹, RBC캐피털마켓, 웰스파고 등 월가의 주요 투자가들도 주요 고객이라는 게 이들 업체들의 설명이다. 사모투자펀드(PEF)인 폴리워기홀딩스의 레스 펀틀레이더 장기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정보라는 새로운 전비 확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른 투자가가 한다면 당신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공장설비 사정이 초미의 관심사다. FDA를 활용하면 제조, 공정, 테스트, 운반 등 해당 식품ㆍ제약업체의 전반적인 공정이나 세부적인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 2009년 3월 의약업체인 젠자임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효소 관련 희귀병 치료제 생산 공정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을 때다. SAC 등 월가 금융기관들은 FDA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문제가 빠른 시일 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곧바로 주식을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주가는 6월말까지 16%나 떨어졌지만 FDA 조사 결과는 그 해 8월에나 공개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FOIA에 따른 기업자료 공개가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켜 일반 투자가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FDA의 경우 신약 승인 여부나 기업 기밀 등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 투자가들만 복잡한 자료 가운데 유익한 투자 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웨드부시시큐러티즈의 그레고리 웨이드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는 "FDA 보고서는 모든 투자가들에게 동시에 공개돼야 한다"며 "공장 설비에 문제가 생겼다면 해당 회사의 주가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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