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차에 대한 견제 역시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로 자동차 산업이 움츠러든 사이 현대ㆍ기아차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기회를 잡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어지듯 이에 대한 경쟁업체들의 질시와 반격 또한 거세다. 특히 올 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자동차 산업 역시 활기를 띠자 경쟁업체들이 현대ㆍ기아차의 질주를 막아서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등극한 중국에서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견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ㆍ4분기 현대자동차의 중국법인 베이징현대의 판매 순위가 중국 토종업체인 BYD에 밀린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베이징현대는 이 기간 16만1,589대를 팔았고 현대ㆍ기아차의 베스트 셀링 모델인 위에둥과 같은 급인 F3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BYD는 지난 16만1,926대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베이징현대의 분기별 실적이 중국 토종브랜드에 밀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의 기술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토종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브랜드에 유리한 판매 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견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ㆍ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중소형차 강세를 바탕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1월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M은 준중형차인 시보레 아베오RS를 주요 차종으로 내놓았다. 또 시보레 크루즈(라세티 프리미어)와 시보레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GM의 부활을 이끌 차종으로 소개했다. 포드의 주력 차종 역시 올해 말부터 북미 지역에서 시판될 준중형차 신형 포커스였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대형차에 집중하던 미국 업체들이 현대ㆍ기아차를 견제하기 위해 준중형차로 타깃을 재설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케팅에서도 미국 업체들은 현대차 '따라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실시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그대로 차용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현대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은 마케팅 전략이었다. 더욱이 GM은 최근 현대차 마케팅 책임자를 스카우트하는 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달 초 GM으로 자리를 옮김 조엘 에와닉은 3년 동안 현대차에서 근무하며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슈퍼볼 광고 등을 기획했던 인물이다. 미국에서는 또 일부 업체들이 과도한 인센티브 제공하며 현대ㆍ기아차를 위협하고 있다. 도요타는 3월부터 60개월 무이자할부를 비롯해 차종별 최고 4,000달러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포드 역시 최고 4,00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 일부 업체들은 최고 6,000달러까지 차 값을 할인해준다. 이밖에 현대차가 판매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는 인도에서도 조만간 현대차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타타모터스는 자체 개발한 세계 최저가 승용차 '나노'의 양산체제를 4월 말 갖춰 조만간 시판에 나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타가 나노를 무기로 현대차가 차지하고 있는 2위 자리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