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갈수록 열악해지는 분만 인프라, 이대로 방치할 건가

지난해 산부인과 의원 43곳이 새로 문을 여는 동안 96곳이 폐업했다. 1곳이 개업하면 2012년에는 1.7곳이 문을 닫았는데 지난해에는 2.2곳으로 늘어났다. 여러 진료과목 가운데 폐업률이 가장 높다 보니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도 46곳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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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육아·교육에 어려움이 많은데 분만 인프라까지 취약하면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도 헛바퀴를 돌기 십상이다.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2006~2010년 42조원의 예산을 쓰고 2011~2015년 76조원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출산율이 제 자리를 맴도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분만 취약지에 산부인과 의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2011년부터 지원사업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에 의료시설과 의사·간호사 인건비를 지원하는 정도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선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긴급수혈·수술을 하거나 인근 종합병원 등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갖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격려금이나 보육료 지원, 분만진료비 경감 혜택 못지않게 인근 도시로의 '원정출산'이나 의료사고에 따른 소송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를 공공 의료시설로 활용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라도 마음 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이 먼저 아닌가. 출산율 저하는 노동력 부족과 복지부담 급증, 나아가 성장률 저하를 초래하는 직접적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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