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세계적인 경영 전문가인 롱지노튀 비토뉘는 평범한 상품과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드림 상품의 차이를 설명하며 현대자동차를 부정적인 사례로 들었다. 페라리가 드림 상품이라면 현대차는 평범한 상품이라는 다소 민망한 평가였다.
7년이 흐른 2013년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지난해 말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빌드는 "디자인 측면에서 싼타페가 BMW X3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경쟁사인 벤츠나 VW 회장도 올 초 "현대차의 디자인과 스타일 면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오석근 현대차 부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30일 '서울포럼 2013' 세션3 미래 파트 강연에서 현대차 변신의 비결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오 부사장은 '디자인이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의 미래' 강연에서 "현대차 성공의 비결은 디자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0년 중반까지 현대차가 시장에서 받은 디자인 평가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오 부사장은 "디자인 관련 서적을 보면 현대차를 두고 '마치 이 소리, 저 소리 닥치는 대로 마구 해대는 것 같다'고 평가할 정도였다"며 "어느 모델은 BMW를 흉내내고 있고 다른 모델은 어큐라, 어떤 것은 머큐리ㆍ도요타 같다는 혹평 일색이었다"고 전했다.
오 부사장은 "당시 현대차는 기존의 디자인, 개발, 생산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며 "패스트팔로어에서 마켓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창조적이고 혁신적 시도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현대디자인 철학인 '유체공학적 조각작품(Fluidic Sculptureㆍ유려한 역동성)'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흐르는 듯한' 디자인으로 예술작품을 조각하듯 만든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오 부사장은 "디자인 철학을 완성하고 진행했던 세부전략이 바로 패밀리 룩"이라며 "한 브랜드의 여러 차종이 마치 가족같이 디자인 특징을 공유해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사장은 또 다른 전략으로 지역별 최적화를 소개했다. 그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되 각 지역 특성과 니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했다"며 "지역 문화와 시장 환경, 디자인 경향이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으로 녹아든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창조적 혁신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오 부사장은 "디자인 혁명 후 3년 동안 북미 지역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74%나 늘었다"며 "핵심 요인은 단연 디자인"이라고 전했다.
오 부사장은 강의를 마치며 디자인이라는 창조적 가치가 어떻게 성장을 일구는지 다시 한번 설명했다. "디자인 혁신은 감성을 자극해 고객을 감동시킵니다. 이게 바로 브랜드가 성장하는 힘이 됩니다."
오 부사장은 "앞으로도 디자인은 현대차 성장의 원동력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