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문화의 향기에 빠지고… 역사의 향기에 취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br>다양한 인종이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br>작은 印尼 '따만 미니' 민속촌에 재현<br>동인도회사 본부 등 식민통치 흔적 간직<br>독립기념탑 '모나스'선 도심 전경 한눈에

인도네시아인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민속촌 '따만 미니'. 각 지역의 전통건축물 속에는 의복, 결혼식 풍경 등 풍속을 재현한 작은 박물관이 있다. /사진제공=가루다오리엔트홀리데이스코리아

인도네시아인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재현한 민속촌 '따만 미니'.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파푸아섬 원주민 모습을 재현해놓은 나무 조각이 눈에 띈다.

독립광장에서 바라본 이스티끌랄 사원. 이스티끌랄 사원은 동남아 최대 이슬람 사원이다. /사진제공=가루다오리엔트홀리데이스코리아

자카르타 도심에 있는 독립기념탑 모나스. 모나스에 오르면 자카르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제공=가루다오리엔트홀리데이스코리아

인천공항에서 꼬박 일곱 시간을 날아 도착한 자카르타. '적도에 걸려 있는 에머랄드 목걸이'라는 인도네시아의 수도답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여행자를 맞는다. 자카르타는 도시 곳곳에서 진행중인 공사와 인구 1,000만명이 몰려 만들어내는 교통체증으로 늘 번잡한 동남아시아 최대의 산업도시다. 그러다 보니 쪽빛 바다 위로 조각구름이 떠있는 여느 동남아 여행지의 풍경을 기대하고 찾았다가는 실망부터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눈에 살펴보기에 자카르타는 최적의 장소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모여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 향료를 찾아 먼 뱃길을 달려온 상인과 열강 각축장의 흔적,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네시아의 변화상이 자카르타 곳곳에서 묻어난다. ◇작은 인도네시아 '따만 미니'=인도네시아 인구는 총 2억3,800만명으로 중국ㆍ인도ㆍ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인구가 많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7,508개에 이르는 섬으로 영토가 구성돼 있다. 자연히 인도네시아는 종족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종족이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도네시아인의 생활상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따만 미니(Taman Mini Indonesia Indah)다. 따만 미니는 지난 1970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부인 이부 티엔 여사가 제안해 지어진 거대한 민속촌이다. 약 45만평에 이르는 대지 위에 인도네시아 27개 지방의 의식주 문화를 섬세하게 재현해놨다. 발리ㆍ술라웨시ㆍ파푸아 등 인도네시아 각 지방을 축소해놓은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각종 이벤트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공원 전체를 가로지르는 스카이 리프트를 타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특히 중앙 호수에는 인도네시아 지도를 형상화한 인공섬과 호수가 있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경험도 색다르다. ◇인도네시아 근대사의 상징 '모나스'=따만 미니에서 인도네시아 전역을 속성으로 훑어봤다면 이제 자카르타를 한눈에 살펴볼 차례다. 자카르타 도심에는 어디서나 한 눈에 들어오는 높이 137m의 모나스(Monas)가 우뚝 솟았다.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지시로 1961년 착공된 이 곳은 인도네시아 독립을 기념하는 건축물로, 탑 아래에는 인도네시아 역사를 보여주는 미니어처 세트도 함께 전시돼 있다. 맑은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모나스의 전망대에 오르면 자카르타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세나얀 시티 등 거대 쇼핑몰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늘어난 '까끼 리마'라는 이름의 노점상, 군데군데 솟은 고층빌딩과 허름한 외곽 주거지역이 대조적인 도시의 모습에서 급격한 경제발전의 열매와 빈부격차라는 어두운 단편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모나스 주변에는 자카르타 시민의 휴식처인 독립광장이 자리한다. 워싱턴 광장을 본떠 만든 이 광장은 네덜란드 식민 통치기에는 매년 여왕의 생일축하 행사가 열리기도 했던 곳이다. 광장 주변으로 과거 네덜란드 총독 공관으로 사용됐던 대통령궁 이스따나 므르데까(Istana Merdeka),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남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이스띠끌랄 사원(Masjid Istiqlal) 등 자카르타의 주요 건물도 다수 포진해 있다. ◇자카르타 속 유럽의 향기 '꼬따'=꼬따(Kota)는 300년이 넘게 지속된 네덜란드 식민통치 시대의 중심지이다. 16세기 말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네덜란드가 꼬따에 향료 무역을 독점하는 동인도회사를 세우면서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역사의 전면에 부상했다. 몇몇 현지인이 아직도 이곳을 자카르타의 옛 이름인 '바따비아'라고 부르는 걸 보면 꼬따가 서울 사대문 안에 비견할 만한 오래된 도심인 것을 알 수 있다. 꼬따에는 동인도회사의 본부로 쓰였던 자카르타 역사박물관, 자카르타에 끌려온 흑인노예들을 위해 1695년에 지어진 시온교회, 도개교와 범선 등 네덜란드풍 유적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현대적인 도심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은 '카페 바따비아'다. 음식값은 현지 기준으로 상당히 비싼 편인 10만루피아(약 1만 2,000원)이상이지만 네덜란드 점령기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 호사를 누리기 위해 한 번쯤 투자해볼 만한 비용이다. 또한 꼬따 인근에는 '리틀 암스테르담(Little Amsterdam)'을 건설할 때 동원됐던 중국인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차이나타운도 남아 있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여느 차이나타운과 다르게 이 곳은 거리에서 한자(漢字)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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