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형 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은 비교적 목돈을 보유한데다 자산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굴리기를 원하기 때문에 은행에는 놓쳐서는 안 될 핵심고객군이다.
여기에 초유의 저금리로 예대마진만 가지고 수익성을 내기 힘든 것도 은행이 은퇴설계 분야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펀드나 방카슈랑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경영협의회를 통해 자산관리(WM)그룹 내에 '골든라이프지원부'를 신설했다.
골든라이프는 KB의 은퇴 상품 브랜드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은퇴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퇴 시장 관련 업무는 상품은 상품부, 마케팅은 마케팅부에서 담당했지만 이를 별도로 떼어내 총괄하는 부서를 만든 것"이라며 "역량을 결집해 국민은행의 자산관리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 같은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WM 지점장도 신설해 명동, 여의도, 중계북, 평촌 범계, 신중북 등 5개 대형 점포에 내려보냈다. 이들 점포에는 이미 수석지점장이 있지만 자산관리 분야를 총괄하는 별도의 관리자를 두고 체계적으로 은퇴설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또한 내년부터는 점포 유형을 기업형·가계형·자산관리형 등으로 나누고 자산관리형 점포에는 전문 PB 인력 등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3일 조직 개편을 통해 개인고객본부 내 WM사업단에 WM상품부를 신설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펀드나 보험을 은행이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에게 매력 있는 상품을 은행이 적극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별도의 부서를 만든 것"이라며 "은퇴설계 시장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 등에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행복카드 연금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안정적인 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금융 역시 1일 시니어 대표브랜드 'NH ALL100플랜'을 론칭하며 은퇴설계 시장에서 공격적 영업을 예고했다. 전국 곳곳에 점포가 있으며 단위조합과도 연계할 수 있는 농협금융은 전국적으로 은퇴설계 수요가 커지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시니어 마케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자산관리 전문 인력인 'ALL100플래너' 135명과 거점점포 100개소를 선정했고 시니어 고객에 대한 종합적인 금융 솔루션 제공을 위해 연금예금, 주택연금대출, 시니어 전용 신용카드 등 'ALL100플랜 전용패키지'를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