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기 맞은 증권] ①증권, 새로운 금융 중심으로 뜬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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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는 매달 증권종합계좌(CMA)를 통해 월급통장의 잔고에 대해 연 3.6%의 이자를 지급받는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후 잔고에 대해 이자가 거의 지급되지 않던 기존 은행통장을 증권사 CMA로 바꾼 데 따른 것이다.
CMA란 증권사에 개설되는 예금통장으로 고객들의 유휴 잔금을 MMF(머니마켓펀드)등 단기상품에 투자, 수익을 창출하고 신용카드 대금과 공과금 등 각종 결제도 가능해 은행 통장에 비해 수익성, 편의성이 뛰어나다.
돼지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축산업자 B씨는 요즘 잠자리가 너무 편하다.
과거에는 돼지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어 돼지값이 폭락, 사료값도 대지 못하고돼지를 내다 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증권사의 돼지고기 옵션상품에 가입해 가격 급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해소했다.
그는 최근 돼지 사육두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할 것에 대비해 돼지고기 풋옵션 상품을 매입한 것이다.
국내의 D금융투자회사는 미국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을 제치고 시가총액8조원인 C건설사의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다.
D사의 선전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여타 증권, 선물, 자산운용사들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운 후 투자은행(IB) 업무에 본격적으로 나서 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전문성을 키운 결과다.
지금까지 언급한 상황은 지금 당장 시행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2년 정도 지나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가 빠르면 2008년부터 증권과 선물, 자산운용, 신탁업 등 자본시장관련 업무를 통합한 금융투자회사를 도입키로 해 증권사가 금융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게된 것이다.
◆금융상품 `슈퍼마켓' 탄생 =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규제를 기존의 열거된 항목만 인정하던 `포지티브' 방식에서 법상 금지된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인정하는 `네거티브'로 전환, 증권사로 하여금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증권사들은 이에 따라 금융상품의 범위를 현재 법에 정해진 주식, 채권, 수익증권, 선물, 옵션 등에서 금리, 농축산물, 금속, 원유 등으로 무제한 확대할 수 있다.
가령 주가연계증권(ELS)은 현재 주가지수나 이자율 등에 연계된 상품들로 제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부도위험이나 날씨, 인플레이션, 실업 등과 연계된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
화재나 지진 등 재난과 관련된 재난채권, 전세권과 상속권을 유가증권화해 유통시키는 상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수익증권은 분양권 취득과 관련된 부동산펀드도기대할 수 있다.
CMA계좌는 현재 은행과 연계한 계좌가 있어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 많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지만 앞으로는 증권사가 독자적으로 은행계좌기능이 통합된 CMA를 설계, 운영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주범 상품개발팀장은 "증권사가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 슈퍼마켓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빅뱅' 전망 = 자본시장통합법은 은행과 보험 중심이었던 금융산업을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 등 3대축으로 재편할 전망이다.
종전까지 자본시장 관련 업무는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등이 매매,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을 각각 나눠서 담당했기 때문에 관련 금융기관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실제 삼성과 현대, 대우, 우리, 대신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2000~2004년 평균자산은 4조원으로 미국 5대 증권사의 0.8%에 불과하다. 또 포천지 선정 2004년 세계500대 기업에 국내 금융사로는 삼성생명이 251위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은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의 업무영역 간 벽을 허물어 버렸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기존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덩치 키우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은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업종임을 감안할 때 연쇄적인인수합병(M&A)이 발생해 대형 금융사의 탄생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자본시장에는 증권사 50여개, 자산운용사 40여개, 선물사 10여개가 활동하고 있어 향후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M&A가 활성화된다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대형 IB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현재 10개 정도의 증권사가 금융투자회사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어 향후 국내 자본시장은 M&A를 통해 4~5개의 금융투자회사로 압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대신증권 조용화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규제를 풀어주고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 수익성 개선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면서 "그러나 증권사들이 법개정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개선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3/01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