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일] 신(新)코드인사

“물러나십시오, 자진 사퇴하십시오!” 30일 오전8시40분 기업은행 본점 1층.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임명을 받고 첫 출근에 나선 김준호 기업은행 신임 감사는 은행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했다. 출근 저지 운동을 펼치는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힌 것이다. 김 감사는 자신이 은행 전문가라고 했지만 노조원들은 ‘고ㆍ소ㆍ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식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했다. 물론 김 감사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가 고려대에 경북 구미 출신이지만 감사원에서 근무했고 하나은행에서는 부행장까지 지냈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단순히 기업은행 감사에 누가 오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근원은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이명박 정부의 불투명한 공기업 기관장ㆍ감사 재신임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되짚어보면 지난달 초에 있었던 금융위 산하 기관장ㆍ감사 재신임에서 상당수가 옷을 벗었다. 전임 기업은행 감사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6개월 만에 감사직을 그만두게 됐다. 문제는 재신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기대로 잘랐다”는 식의 해명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만 남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ㆍ소ㆍ영’ 인사가 신임 감사로 온다면 누가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고ㆍ소ㆍ영’이 유일한 반대의 이유가 돼서도 안 되지만 “새 감사에 대한 명확한 인선 기준을 알고 싶다”는 기업은행 노조의 말에 설득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이번 사태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이명박 정부의 ‘신(新) 코드인사’가 원인이다. 정부는 기업은행 감사를 포함해 앞으로 있을 금융공기업과 여타 공기업 인사시 그 인선기준을 명확히 밝혀 특정인과 세력에 대한 배려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인사권만을 앞세워 이 같은 부분에 소홀한다면 제2ㆍ제3의 기업은행 사태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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